[김선일씨 피살] 전문가가 본 대책·문제점

[김선일씨 피살] 전문가가 본 대책·문제점

입력 2004-06-25 00:00
수정 2004-06-2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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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가 이라크 테러조직에 납치돼 잔혹하게 살해되면서 인질 테러에 대비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제2의 김선일’을 막으려면 협상 전문가를 양성하는 시스템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석·협상 전문가의 부재

인질·테러범죄 전문가인 이동영 대불대 경찰학부 교수는 “인질 테러는 공포심을 극도로 자극하고 정치적 부담이 큰 테러”라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인질범의 심리를 파악해 고도의 심리전을 주도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창원 경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나아가 “협상에서는 협상의 주도자가 일관되어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면서 “사안별로 요구사항에 따라 협상팀을 꾸릴 수 있는 인재 풀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표 교수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테러대책협의회가 구성됐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제도를 갖추었지만 평상시 대비가 너무 안이했다.”고 지적했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은 “AP가 이미 이달초에 녹화테이프를 받았는데도 그 정보를 흘려 넘긴 것은 이를 분석하고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양성하든 외부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든 시스템을 하루빨리 갖추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병 재천명’ 협상전략상 신중했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는 ‘협상’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이동영 교수는 “협상에서 기본중의 기본은 모든 요구사항에 ‘노(NO)’라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대(對)테러리즘 협상에서 미국의 전통적 전략이 바로 요구사항에 절대 굴복하지 않는 ‘협상 없음(no negotiation)’”이라면서 “미 정보기관 담당자들도 이견이 분분한 이 전략을 우리가 섣불리 따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파병을 하고 안하고는 나중 문제고,적어도 ‘여론을 적극 검토해 보겠다.’,‘당신들 의사 존중해 보겠다.’고 했어야 최소한의 가능성이라도 남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표창원 교수도 “테러단체의 ‘우리는 시한을 줬다.’는 명분쌓기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바람에 책임 전가의 여지를 줬다.”면서 “다만 인질을 활용한 추가요구를 막으려는 정부의 고심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대응 미비,민간업체 나선 건 역효과

초기 대응에도 아쉬움을 표시한다.최초 사태를 파악한 시점에서 비디오 분석 등 각종 정보를 이용하여 상대의 정체를 확인하고 협상이 가능한 조직인지를 먼저 판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협상이 불가능한 과격 정치집단이라면 차라리 미군과 구출작전을 펴는 방법도 있고,민병대 수준의 집단이라면 일본처럼 종교지도자와 자금 지원을 내세워 협상할 수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협상 당사자로 경호업체 NKTS와 가나무역 등 민간 업체들이 섣불리 나선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었다고 지적한다.최 소장은 “테러가 무엇인지,협상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단언하고 “급조된 현지 협상 창구에 휘둘린 꼴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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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2004-06-2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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