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몸집을 줄여야 살아남는다.” “비인기학과도 엄연한 기초 학문이다. 무조건적인 통폐합은 용납할 수 없다.”
학부제 도입 이후 순수학문의 기피 현상과 맞물려 학생들의 특정학과 선호 현상이 심해지면서 교수사회는 심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원학생이 하나도 없는 학과가 속출하면서 학부 정원 감축과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안을 놓고 학교와 교수들이 정면으로 대립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곤 한다. 비인기학과에서는 교수들이 직접 발벗고 나서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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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학 분야의 전공 과배정에서 취직이 잘 되는 인기학과로 학생이 몰리면서 비인기학과 교수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사진은 학생 5명이 앉아 강의를 듣고 있는 서울 모 사립대학 사회학과 강의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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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학 분야의 전공 과배정에서 취직이 잘 되는 인기학과로 학생이 몰리면서 비인기학과 교수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사진은 학생 5명이 앉아 강의를 듣고 있는 서울 모 사립대학 사회학과 강의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중앙대는 원래 올해부터 학과 2개, 대학원 2개를 통폐합하고 입학정원을 110명 줄이기로 했으나 내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경영대와 상경대학 등 서울과 안산캠퍼스에 함께 개설돼 있는 유사학과를 통·폐합해 입학정원을 조정한다는 학교측 방침에 해당대학 교수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정경대 교수들은 “학교발전을 저해하는 구조조정안”이라고 반발하며 학과장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경영대 역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며 비대위를 구성, 공동대응에 나섰다. 그 와중에 지난달 초 열린 공청회는 학교와 교수, 학생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결론도 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결국 학교측은 이미 발표한 구조조정안을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중앙대는 다음달 10일까지 새 구조조정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교육부 방침대로 학생 정원 감축 원칙을 고수하는 이상 이번에도 해당 대학의 반발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경대의 한 교수는 “대부분 교수들이 교수의 수는 그대로 유지한 채 학부생의 수를 줄인다는 데 강한 위기감을 표시하고 있다. 학부생 정원의 증감은 전공교수들의 권한과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연세대의 경우 인문학에 있어 학과 사이에 지원율이 극명하게 엇갈리자 문과대학에 ‘인문학 위기극복위원회’를 설치해 대책을 강구 중이다. 위기극복위는 우선 모집단위를 조정해 비인기 전공학과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방침이지만, 교수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힘들어 애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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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립대의 경우 최근 지원자가 적은 학과를 폐지하고 새로운 학부를 출범하는 과정에서 해당학과 교수 중 일부가 강의시수 배정 등에 있어 권한의 절반을 달라고 요구해 학교측이 애를 먹기도 했다. 해당 단과대학의 한 교수는 “몇년 안에 새로운 학부에 필요한 교수를 추가 임용해야 할텐데 기존 교수들이 밥그릇 다툼을 벌일 것 같아 벌써부터 어수선하다.”고 귀띔했다.
비인기학과들은 지원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의 경우 지난해부터 젊은 교수 50여명이 나서 교수 1명당 1학년생을 5∼6명씩 개별지도하는 ‘소인수 학생지도’를 하고 있다.1학년 때부터 미리 전공지식 탐색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으로 한 팀당 한 학기에 30만원씩 지원금도 준다.
지도 방식은 전적으로 팀에서 자율적으로 정한다. 지도교수는 학기 말에 학습내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교수들은 학생들과 세미나를 하기도 하고 전시회에 가거나 영화를 보는 등 체험 학습을 통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전공에 대한 지식을 전수해준다.
고려대 통계학과는 전공박람회를 통해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전공학과를 정하는 시기가 되면 교수와 재학생, 취업에 성공한 동문까지 모두 나서 학과를 홍보한다. 교수들이 상세한 안내 책자를 나눠주면서 “수학을 못해도 선생님들이 쉽게 가르쳐주니 괜찮다.”고 권유하고 설명회에 온 학생들에게 유명 커피전문점의 머그컵을 나눠주는 선물공세도 펼친다.
연세대는 지원학생이 적은 학과에 대해 전공 설명회 순서를 먼저 배정해주는 ‘특혜’를 주기도 한다. 문과대학의 한 비인기 학과는 지난해 전공지원 시기에 맞춰 정문에 1주일 정도 부스를 차려놓고 1학년생들에게 전공을 설명하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모든 과의 전공설명회가 몰려 있는 11월이 되면 비인기 학과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유명 졸업생’을 초빙, 학생유치에 이용하기도 한다.
유지혜 김기용 윤설영기자
wisepen@seoul.co.kr
2006-02-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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