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경제학계의 대선공약 검증/문인철 정치경제 평론가

[열린세상] 경제학계의 대선공약 검증/문인철 정치경제 평론가

입력 2007-03-29 00:00
수정 2007-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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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철 정치경제 평론가
문인철 정치경제 평론가
최근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공통적인 결과는 민주나 평화라는 주제보다는 경제 문제에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력 대선주자들이 경제 관련 공약들을 서둘러 냈다.

이명박 캠프는 7% 경제성장과 경부운하가 있다. 박근혜 캠프는 7% 경제성장과 열차페리가 있다. 공약대로만 이행된다면 과거 고도성장기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와 승진기회도 많아질 게 틀림없다. 이렇게만 된다면 국민들은 대통령이 아니라 왕으로라도 떠받들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반면 비판도 만만치 않다. 주로 7% 경제성장과 경부운하에 대해서이다. 과거 고도성장기의 향수를 자극하는 개발시대의 공약이다. 턱도 없는 소리로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혼란스럽다. 한쪽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을 현혹하는 가짜공약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가입해 있는 수십 개의 경제 관련 학회가 있다. 이들 학회에서 경제 관련 공약에 대해 검증을 한다면 어떨까. 전문성과 자격 측면에서 적절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검증에 나서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그동안 경제학계는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를 지나치게 구분함으로써 국민과의 공감대를 만들지 못했다. 대표적인 표현이 ‘경제논리를 정치논리로 재단하지 말라.’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책임회피이다.

학문으로서 경제학의 태생기인 애덤 스미스와 리카르도, 맬서스가 활약하던 시절에는 학명이 ‘정치경제’였다. 이후 학파가 분화되어 마르크스학파는 ‘정치경제’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였고, 현재 정통경제학으로 인정되는 고전학파에서는 ‘경제학’이라고 하였다.

명칭이 경제학으로 바뀐 이후 정치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보고, 분석틀에서 제외한다. 또한 실증분석만을 주류로 여긴 결과 경제학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경제학자들의 말은 그들끼리만 이해하는, 때로는 그들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로 변했다. 경제학의 대중성 확보를 위해서는 학문 태동기처럼 분석틀을 정치영역까지 넓혀야 한다.

정치와 경제의 공통점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선택은 국민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고, 경제적 선택은 각 경제주체의 입장에 따라 정해진다. 경제주체의 선택은 이익이라는 구체성을 띠고 있다. 반면 정치적 선택은 경제주체간의 선택이 동일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조정 또는 결정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민주주의 하에서는 정책을 결정하기가 어렵다. 이익집단간, 지역간 이해관계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 정치가 필요하다. 선택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해준다. 국민이 뽑은 집권당에서 그들의 기준으로 정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이 그렇게 하라고 대통령으로, 집권당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정치에 대해 아무리 비아냥거리고 비난하더라도 정치는 국가 대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야이다. 그래서 정치논리라고 치부하면서 비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경제학자들에게 간곡히 바란다. 수식의 매트릭스에만 빠져있지 말고 국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하자. 정치논리도 당당히 분석대상으로 삼자.

그 첫 단계가 기존의 대선주자, 향후 등장할 여권의 대선주자들의 경제공약에 대한 검증이다.

검증을 통해 자격 있는 진짜 공약과 국민을 현혹하는 가짜공약을 구분해주어야 한다. 가짜공약이 세상을 움직이면서 활개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경제학계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다. 서로 경쟁하는 정당에서 검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라 하겠다.

문인철 정치경제 평론가
2007-03-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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