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가정부 ‘수입’/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정부 ‘수입’/임병선 논설위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2-09-29 21:58
수정 2022-09-2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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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전만 해도 집안의 군입 하나 덜고 살림에 보태려 남의집살이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조금 산다 하는 집이면 가정부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부렸다. 임금은커녕 재워 주고 먹여 주면 할 도리 다한 것이라 여기는 ‘주인’도 적지 않았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가세(家勢) 들먹이는 밑천으로 삼기도 했다.

요즘도 아무렇지 않게 베트남 등으로 이민 가면 현지인이나 이웃 나라의 가사도우미를 형편없는 값에 부릴 수 있다고 자랑하거나 이를 부러워하는 이들이 있다. 부끄럽고 민망하다. 가정부라는 존재를 은근히 낭만적으로 포장한 영화나 소설도 제법 떠오른다. 하지만 생판 낯선 존재를 집안에 들여 허드렛일 시키는 일을 마냥 아름답게 포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육아로 힘들어하는 여성들을 위한다며 싱가포르처럼 가정부를 수입하면 어떻겠느냐고 국무회의에 건의했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여성들을 입주 가정부로 부리는 일로 많은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해 미얀마 13세 소녀를 모욕하고 구타, 감금해 몸무게가 23㎏인 채로 세상을 떠나게 한 경찰관 부인에게 징역 30년이 선고된 일도 있다.

마침 싱가포르에서는 2018년 고인이 된 미국의 유명 셰프 앤서니 보데인이 이 나라를 찾았을 때 현지인들과 나눈 대화 동영상이 논란으로 번졌다. 보데인은 싱가포르 여성들이 가정부에게 집안일을 맡긴 뒤 “자유로워져 노동력으로 합류하는군요”라고 비꼰다. 한 여성은 가정부에게 의존하느라 남편이 이제는 물 찾아 마실 줄도, 빨랫감 정리할 줄도 모른다고 푸념한다. 보데인은 “당신들 은근히 자랑하는 부르주아들 같아요. 억압받는 하층계급의 노동으로 먹고살아가는군요”라고 꼬집는다.

이 나라 직업소개소 광고다. “‘자부심 충만한’ 필리피노, ‘내성적이고 순종적인’ 인도네시안, ‘다른 인종보다 참을성 많은 미조람(인도 북동부와 미얀마의 소수민족) 등을 고를 수 있다”고 대놓고 홍보한다. 더욱이 인도네시아인 ○○○달러, 필리핀인 △△△달러, 미얀마인 □□□달러 식으로 버젓이 차별을 조장한다. 저들은 국가 이미지를 추락시킨다고 민망해하는데 오 시장은 도입하겠다고 건의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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