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통령 아들/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통령 아들/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20-12-22 20:12
수정 2020-12-2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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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32대 F 루스벨트 대통령의 큰아들 제임스 루스벨트의 일화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사례로 인용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제임스 루스벨트는 군복무 중 일본군 기지를 기습하는 매우 위험한 작전에 참가를 앞두고 있었다. 직속 상관들이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포로가 되거나 전사할 경우를 우려해 작전에서 배제하려 하자 그는 ‘아빠 찬스(?)’로 위험한 특공작전에 기어코 참가했고, 혁혁한 전과도 올렸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아들 4명은 모두 2차 대전에 참전했다. 갖가지 이유로 자신뿐 아니라 아들의 군입대를 기피해 왔던 한국 사회 지도층의 모습과 대비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2017년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여론의 힘을 결집해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급속도로 퍼져 여성의 인권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비롯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정치인과 사회 각계 유명인사들의 성추문 사건이 잇따르면서 ‘펜스 룰’이 회자되기도 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인디애나주 하원 의원으로 활동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고 밝힌 후 미투예방 비법이라며 주목받았다. ‘펜스 룰’의 적용은 부적절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ㆍ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의 미국 판 경구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구설에 올랐다. 미디어아트 작가인 그가 최근 개인전을 열면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예술가를 돕는 서울시의 지원금 14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국민의힘 등에서는 소셜미디어에서 “전 국민에게 지급된 지원금 몇십만원조차 부담스럽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수령을 거부한 시민들도 많은데…”라며 자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을 내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심사하는 사람들이 정말 몰랐다고 생각하는 가”라며 합당한 처신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준용씨는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지원금은 작가에게 수익으로 주는 돈이 아니라 전시·작품 제작에 사용하는 돈이고, 작가가 함부로 손대지 못한다. 법적으로 잘못이 없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어떤 혜택도,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대통령 아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한국적 상황을 더 고려할 필요는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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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donggu@seoul.co.kr

2020-12-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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