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97그룹과 장강의 뒷물결/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97그룹과 장강의 뒷물결/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입력 2020-11-16 20:36
수정 2020-11-17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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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용진·박주민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 국민의힘 김세연 전 의원, 같은 당 윤희숙 의원, 정의당 김종철 대표…. 1990년대에 대학 생활을 한 1970년대생들이라 해서 이른바 ‘97그룹’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다. 이들의 정치권 내 존재감이 확대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당내에서 금기시됐던 이승만·박정희 재평가 등 진영 논리를 혁파하면서 대권 도전 의사까지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재선이지만 당 대표에 도전했고,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주요 후보로도 꼽힌다.

국민의힘 김 전 의원은 소속당을 “생명력 없는 좀비”라고 비판한 뒤 4선 고지를 포기하고 총선에 불출마했는데 당내에서는 조만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5분 연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윤 의원은 초선이라는 약점 및 최근의 ‘전태일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수 경제통 입지가 두터워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도 거론된다. 정의당 김 대표도 “진보정당 금기를 깨겠다”며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386세대’가 정치권에서 회자됐다. 군부독재 시절이던 1980년대에 대학 생활을 한 1960년대생들이 30대에 접어들면서 정치권에 수혈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가장 빨랐던 PC칩 이름을 차용해 386세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세대교체의 의미도 컸다. 기득권 세력의 견제가 집요했음은 물론이다. 허인회씨의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대한 큰절을 빌미로 ‘운동권 정치상술’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노무현 시대’에 ‘좌희정·우광재’로 대표되던 386세대는 40대에 접어들면서는 ‘86세대’로 불리고 지금 여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86세대가 기득권 세력을 대체했던 것처럼 기득권 세력이 돼버린 86세대를 교체할 집단으로 97그룹이 주목받는다. 중국의 오래된 격언으로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라는 말이 있다. 장강의 도도한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이 오래된 사람이 새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세상의 이치라는 뜻이다. 노무현 시대 이후 10년이 한참이나 넘었으니 97그룹이 대세가 된다 해서 조금도 어색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세력화 여부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수량이 적다면 천천히 밀어낼 수밖에 없다. ‘민주화 운동의 공유’라는 가치연대의 86세대와는 달리 97그룹의 공통점은 나이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21대 국회에서 1970년대생은 전체 300명 중 42명(14%)에 불과하다. 이들이 ‘큰 울림’의 정치로 세대교체의 정당성을 확보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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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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