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역사 다큐 ‘백년전쟁’/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역사 다큐 ‘백년전쟁’/전경하 논설위원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19-11-21 23:06
수정 2019-11-22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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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편찬으로 유명한 민족문제연구소의 원래 명칭은 반(反)민족문제연구소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9월 구성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반민특위는 친일파의 공격으로 겨우 1년여 뒤인 1949년 해체됐고, 반민특위 판결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수록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이 1940년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 2년 뒤 일본 육사 본과 3학년으로 편입, 1944년 일본군 육군 소위로 임관됐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가 당시 법원에 게재금지·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박 전 대통령이 만주군에 혈서로 지원했다는 1939년도 신문 기사도 제시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12년 11월 박 전 대통령을 다른 각도에서 재비판했다. ‘한강의 기적’이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이 아니라 미국의 동아시아 반공 정책 덕분이라는 것이다. 수출주도형 전환의 근거로 1978년 미 의회에 보고된 프레이저 보고서 및 비밀 해제된 미 기밀보고서 등을 인용해 역사 다큐로 제작했다. ‘백년전쟁-프레이저 보고서: 누가 한국 경제를 성장시켰는가’라는 제목이었다.

이 다큐는 2013년 1월 시민방송 RTV를 통해 방송되면서 그해 출범한 박근혜 정권의 역사 논쟁에 불을 댕겼다. 결국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백년전쟁-두 얼굴의 이승만’과 함께 그해 7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객관성, 공정성, 명예훼손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 2014년 1심, 2015년 2심에서도 유죄가 유지됐다.

그런데 대법원은 어제 방송 내용의 공정성 등을 심의할 때 매체별, 지역별, 프로그램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방통심위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백년전쟁은 공적 인물과 공적 관심사를 반영해 시청자가 제작한 역사 다큐멘터리”라면서 “사자의 명예 존중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역사적 논쟁은 피할 수 없으며 인류의 삶과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건전한 추진력이 된다고도 했다.

친일 논란은 아직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14일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사라지게 하겠다”고 했다. 광복 72년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는 사실이 참 슬프다. 이런 상황 탓에 일본이 한국에 뻣뻣한 태도를 보이나 싶어 떨떠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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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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