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지방자치단체 금고/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지방자치단체 금고/박현갑 논설위원

박현갑 기자
박현갑 기자
입력 2019-04-29 22:06
수정 2019-04-30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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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사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있던 우리은행을 제치고 올해부터는 신한은행이 시 청사에 들어왔다. 올해부터 4년간 연간 31조원 규모의 서울시 일반 및 특별회계관리를 맡는 1금고로 선정된 덕분이다. 우리은행은 2조원대의 기금을 관리하는 2금고로 지정됐으나 신한에 비해 덜 공격적인 기관 영업이 아쉬웠다는 후문이 파다했다.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은 접대는 물론 소송도 불사한다. 안정적인 거래처 확보는 물론 지자체 직원이나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연계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30년간 운영하던 광주 광산구 금고 운영권이 국민은행으로 넘어가자 금고계약금지 가처분 신청을 광주지법에 냈다. 공개경쟁 입찰 과정에서 심의위원 명단 유출 등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산구 입장에서는 국민은행 제안이 더 매력적이었다. 국민은행은 지역사회기부금과 협력사업비를 농협이 제시한 21억원의 3배가 넘는 64억 4000만원을 제시했다. 지난 1월 신한은행의 한 지점장이 인천시 금고로 선정되기 위한 로비 자금을 조성하려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지자체 금고 운영권 확보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 ‘협력사업비’다. 지자체 자금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수익 일부를 지자체에 내는 것으로 사실상 리베이트나 다름없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자체 자금 운영권을 맡기는 조건으로 은행들로부터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행사비 등을 내게 할 수 있으니 협력사업비를 많이 써내는 제안서에 눈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따기 위해 매년 1500억원 안팎의 협력사업비를 냈다. 지난해 12개 은행 중 가장 많은 협력사업비를 낸 곳은 533억여원을 낸 농협이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4.1%에 해당하는 96억여원을 지자체에 냈다. 은행은 불가피한 지출이라 하겠지만 결국 대출금리와 수수료 인상 요인이 돼 소비자 부담이다.

행정안전부가 금고 선정 평가 요소에서 협력사업비 비중을 기존의 절반으로 줄이고 입찰 참여 금융기관의 순위와 총점도 공개하는 등 금고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미국, 호주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자체 금융공기업을 활용하는가 하면 주거래 은행에 출연금 지급도 요구하지 않는다. 올해 금고 재지정을 앞둔 대구 등 전국 49개 지자체의 금고 선정이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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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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