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장기 집권 독재자의 말로/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장기 집권 독재자의 말로/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17-12-05 22:32
수정 2017-12-05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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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여파로 5년 전 권좌에서 쫓겨날 때까지 33년간 예멘을 철권통치한 알리 압둘라 살레(75) 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한때 동지였던 후티 반군에 피살됐다. 1978년 군사 쿠데타로 북예멘을 장악한 살레는 남예멘을 흡수통일해 통일 예멘의 첫 국가수반이 된 뒤 1999년 여권 단독의 첫 직선제 대선에서 96%의 지지율로 당선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2년 실각한 뒤엔 후티 반군과 연대해 과도 정부에 맞서면서 재기를 노려 온 불굴의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후티 반군과 단절하면서 반역자로 몰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살레 전 대통령은 살해당했지만 전 세계 장기 집권 독재자들의 말로는 엇갈린다. 살레 전 대통령처럼 총탄에 비명횡사한 독재자도 있지만 천수를 누리거나 퇴출 후에도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운 좋은 독재자도 적지 않다.

노환으로 자연사한 대표적인 독재자는 지난해 90세를 일기로 사망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다. 재임 기간은 무려 52년이다. 14년 장기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오랜 암 투병 끝에 2013년 58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재임 17년째인 2011년 급성심근경색으로 70세에 사망했다.

권력은 잃었지만 면책특권을 누리며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독재자로는 단연 로버트 무가베(90) 전 짐바브웨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부부 세습을 노리다 집권 37년 만에 지난달 21일 불명예 퇴진한 그는 불기소 면책과 재산권을 보장받았을 뿐만 아니라 퇴진 위로금으로 1000만 달러를 받아 챙겼다. 게다가 새 지도부가 그의 생일을 공식 휴일로 지정했다고 하니 쫓겨난 게 맞나 싶을 정도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프리카에는 무가베 못지않은 장기 집권 독재자들이 여럿 있다. 적도기니 대통령은 38년, 카메룬 대통령은 35년, 콩고공화국 대통령은 33년째 집권 중이다.

‘아랍의 봄’ 당시 살레와 함께 축출된 독재자들의 운명도 제각각이다.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는 2011년 고향에서 반군에게 붙잡혀 살해됐다.

반면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은 대량학살과 부정부패 등의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3월 석방돼 카이로의 고급 주택에서 머물고 있다고 한다. 목숨 걸고 민주화 운동을 벌였던 국민으로선 기가 찰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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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al@seoul.co.kr
2017-12-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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