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240번 버스 ‘전복’ 사건/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240번 버스 ‘전복’ 사건/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7-09-15 22:46
수정 2017-09-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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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내동에서 건대입구역을 거쳐 논현동까지. 이 노선의 버스는 240번. 인터넷을 하는 사람치고 이 노선버스를 모르면 며칠 새 ‘간첩’이 됐다.
아이가 혼자 버스에서 내렸는데도 기사가 아이 엄마를 내려 주지 않고 달렸다는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처음 올랐다. 비정한 버스 기사에 비난 댓글이 들끓자 이례적으로 서울시와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버스 기사의 딸은 눈물의 해명 글을 올렸고, 상황을 분석했더니 기사의 잘못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성난 여론은 이번에는 아이 엄마한테로 갔다. ‘맘충’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한 개의 진실에 여론은 저 혼자 손바닥 뒤집기. ‘240번 버스 이야기 전복 사건’쯤 되겠다.

60세의 버스 기사는 여론의 뭇매에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들끓었던 여론은 지금 한마디 변명이 없다. 대중이 분노하는 대상은 어떤 순간에도 존재하는데, 그 어느 순간에도 책임지는 주체는 온데간데없는 것. 이것이 인터넷 여론이 살아가는 방식이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힘이 나날이 강성해지고 있다. 공격 대상을 찾아 부리부리한 눈동자를 굴리고, 먹잇감이 마땅찮으면 행간을 뒤져서라도 꼬투리를 잡고야 만다. 요 며칠 호되게 홍역을 치른 최영미 시인 게시글도 엉뚱한 쪽에서 사달이 났다. 최 시인이 집 없는 설움을 페이스북에 구체적(?)으로 하소연한 것이 화근. “내 로망이 (미국의 여성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이라며 홍대 앞 어느 호텔이 방을 내준다면 평생 홍보대사를 자임하겠다는 글이었다. 삽시간에 최 시인은 갑질의 주인공이 됐다.

240번 버스 사건과 최 시인 해프닝에는 공통분모가 잡힌다. 인터넷 여론은 불길을 터주는 데로 정확히 가서 다분히 맹목적인 불씨를 옮겨 붙인다는 점이다. 불길의 방향이 애초에 달랐다면 어땠을까. 시인의 로망이 한낱 ‘지상의 방 한 칸’이라는 사실 쪽으로 불길이 열렸더라면. 갑질 공분이 아니라 가난한 시인을 향해 쓸쓸한 연민이 활활 타올랐을 수 있다.

진실과 상관없이 소재가 자극적일수록 인터넷 커뮤니티는 빨리 달궈지고 넓게 퍼진다. 전문가들의 견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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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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