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뜨신 밥’과 ‘부모학대특례법’/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뜨신 밥’과 ‘부모학대특례법’/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5-05-08 23:32
수정 2015-05-0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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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밥솥으로 문득 눈길이 간다. 그제 저녁 지어 놓은 밥이 26시간째 갇혀 있다고 액정의 숫자가 말해 주고 있다. 온 가족이 근 이틀 동안 ‘집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는 얘기다. 모두들 허둥대며 살아가는 일상이 꼼짝없이 들통난다. 식지도, 상하지도 못한 채 볼모로 잡힌 밥솥 안의 밥은 누렇게 말랐다. 비상용으로 전기밥솥 위에 붙박이로 자리를 차지한 햇반이 득의양양하다. 포장지의 선전 문구가 오늘따라 더 요란해 보인다. 전자레인지에 딱 2분만 돌리면 ‘밥보다 더 맛있는 밥, 도정 후 하루 내에 갓 지은 밥’이 된다고 떠들어 댄다.

40대쯤 넘은 세대라면 아랫목에 묻혀 있던 밥주발의 기억이 대개는 있을 것 같다. 고봉으로 수북이 흰 쌀밥이 퍼 담긴 밥주발이 저녁 무렵이면 시골 우리 집의 안방 아랫목에도 늘 있었다. 뜨끈뜨끈한 밥주발을 엄마는 속이 깊은 스테인리스 찬합에 다시 넣어 담요로 폭 감쌌다. 전기밥통이 집집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뜨신 밥’을 지켜 내는 건 어머니들의 사명이었다. 엊그제 입하(立夏)도 지났다. 삼복더위를 향해 달려갈 일만 남았는데, 웬 더운 밥 타령인지 모르겠다. 220V 전류가 끄떡없이 받쳐 주는 밥솥의 밥이 ‘뜨신 밥’을 이길 수가 있을까. 전기밥솥은 아랫목의 밥주발을 영원히 이길 수 없다.

가정의 달이라는 이름표는 민망하다. ‘부모 학대’라는 말이 자꾸 익숙해진다. 쐐기를 박는 통계들이 이어진다. 어제 서울시의 자료에서도 독거 노인은 해마다 크게 늘었다. 서울 시내 65세 이상 독거 노인은 2007년 15만 8400여명에서 꾸준히 늘어 2013년에는 25만 3000명을 넘었다. 올해 기준으로 60세 이상 가구주 가운데 혼자 사는 노인은 24%나 된다. 노인 학대 가해자의 절반 이상이 친아들과 딸이라는 조사치는 여전히 믿고 싶지 않다. 노인 학대 건수는 최근 5년간 50% 가까이 뛰었다.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자책과 공포에 신고를 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급기야 법이 지켜 줘야 하는 지경이다. 노인 학대 범죄에 관한 특례법을 만들어 존속 폭행을 가중 처벌하겠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노부모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벌할 수 있게 존속 폭행을 반의사불벌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논의도 심각하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칠십줄 가까워진 인기 작가가 이렇게 썼다. 평생 내게 더운 밥 지어 준 아내는 내가 남편이어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해서였다고. 다시 태어나면 아내의 아내가 되어 평생 더운 밥 지어 주겠노라고. 더운 밥 지어 먹일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행복한 것이라고 빙빙 에둘러 고백을 한다. 하물며 부모라면야. 편의점 입구에 깔린 꽃바구니들을 며칠째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지나다녔다. 발장난으로 툭 엎어뜨린 밥주발을 날쌔게 수습하던,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나서. 누굴 주려던 ‘뜨신 밥’이었을까.

윤수혁 서울시의원, 남산타운어린이집 인근 노후 데크 신속 보수 요청

서울시의회 윤수혁 의원(국민의힘, 중구2)은 남산타운어린이집 인근 노후 데크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와 관련해 현장을 살피고, 중구청에 신속한 보수와 철저한 안전관리를 요청했다. 이번 민원은 남산타운어린이집 학부모들이 파손된 데크로 인해 유모차 이동에 큰 불편을 겪고, 아이들의 보행 안전마저 위협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불거졌다. 문제가 된 시설은 남산타운문화체육센터 출입구 앞 데크로, 오랜 사용으로 인해 상판이 들뜨고 부서졌을 뿐만 아니라 하부 구조물까지 부식 및 변형이 진행된 상태다. 이 때문에 단순 부분 보수로는 근본적인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해당 구역은 서울시의 ‘안전취약 공공시설 보수·보강 지원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개선 공사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자치구가 집행하는 이번 사업을 통해 중구 관내 6개 시설에 총 9270만원이 투입된다. 이 중 남산타운문화체육센터에는 약 1493만원이 배정되어 데크 상판과 하부 골조를 전면 교체할 예정이며, 공사는 착공일로부터 7일간 진행될 계획이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중구청에는 학부모들의 안전 우려를 전달하고 공사가 지체되지 않도록 조속한 시행을 요청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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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2015-05-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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