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초식/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초식/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23-08-04 01:03
수정 2023-08-04 01: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사돈의 팔촌쯤 되는 친척 중에 스님이 계시다. 이런저런 집안 행사에서 가끔 마주치는데 밥을 먹어야 하는 자리에선 스님에게 미안해진다. 잔칫날 밥상에 고기며 생선이 가득한데도 다른 친척들이 “스님이 드실 게 없어 어쩌나” 하며 눈치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곡차(穀茶)도 권하며 스님이 아니라 그저 삼촌뻘 아저씨로 대한다. 불교계 인사가 참석하는 신문사 밖 회의에서도 식사 자리로 옮기면 스님에 대한 ‘먹거리 과보호’가 시작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조명치’ 특별전 자료집을 들춰 보다 유몽인(1559~1623)의 ‘어우야담’(於于野譚)에 나온다는 멸치 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북쪽 스님들은 동해의 작은 물고기를 초식이라 부르며 거리낌없이 먹는데, 객승이 찾았을 때도 흰 빛깔의 물고기국을 주발에 가득 담아 주었다는 것이다. 조상들의 지혜가 아닌가 무릎을 쳤다. 더불어 스님의 먹거리에 대한 절 밖 사람들의 간섭이 400년도 넘은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2023-08-04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