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길섶에서] 이게 봄이지/황수정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이게 봄이지/황수정 수석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23-03-27 01:20
업데이트 2023-03-27 01:2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저마다 봄은 다른 순간으로 온다. 문득 가던 길 돌아봤다면 그 순간이다. 헛것을 봤을까, 뒷걸음질로 올려본 나무에 터지는 꽃. 보따리가 풀린 듯 와르르 봄은 쏟아진다.

벽돌로 대충 꾸민 화단에도 꽃이 핀다. 회초리를 꽂았나 겨우내 볼품없던 묘목 가지에 알사탕만 한 꽃망울. 아, 너는 벚나무였구나.

석 자도 안 되는 어린 나무의 첫꽃도, 백살 먹은 왕벚나무의 백년꽃도 똑같이 봄꽃. 바람에라도 섞이면 어느 것이 첫꽃인지 백년꽃인지.

봄마다 나무가 늙는다고 꽃이 늙을까. 백년 늙은 나무에서도 첫마음으로 첫꽃이 피는 것. 이게 봄이지.

하늘 아래 첫마음들이 천지만지. 눈으로만 보는 벚꽃이라면 무슨 소용 있나. 세 끗짜리 화투장의 배경일 뿐이지. 만져야 봄이다.

어린 벚나무 발치에 쑥이 소복하다. 뾰족뾰족 연한 싹을 만져 보다 꺾지 않는다. 언 땅을 뚫고 나온 안간힘이 얼만데. 여기까지 다다른 노고가 얼만데. 못 본 척 그냥 둬야지. 발목 아래 봄이 흥건하게 고일 때까지는.
황수정 수석논설위원
2023-03-27 27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