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홍시감은 거저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땡감일 때부터 눈여겼다가 늦가을 볕에 애타게 구슬려 익히는 거였다. 깨금발로 뻗쳐도 손아귀에 드는 것은 몇 알. 손 닿는 가지는 해마다 하나둘 늘었다. 마당가 감나무는 내게 나이테였다. 밥상 물린 자리에 나란나란 홍시 소반이 들어오던 섣달의 저녁. 알전구 여럿이 한 번에 켜진 듯 방안이 환해졌었지.
떫은맛 덜 가신 대봉감 몇 알 식탁에 놓고 며칠째. 딸아이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잠 안 오는 섣달 어느 긴 밤에 저 아이는 무엇으로 긴긴 등불을 켤 수 있을까.
집 안의 불을 다 껐는데도 식탁 위에는 밤새 환하다. 한 번 본 적 없는 십오 촉쯤의 붉은 등(燈) 몇 알이 전생을 밝히듯 지나간 섣달의 밤들을 줄줄이 불러내면서.
문득 궁금한 안부. 빈 가지에 까치발로 까치밥 나눠 먹던 그 까치들, 지금도 안녕들 하신지.
2023-01-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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