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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겨울밤의 온기/이동구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겨울밤의 온기/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20-01-07 17:42
업데이트 2020-01-08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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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다지 춥지 않다고들 하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아침이면 선뜻 이불 밖으로 나와지지가 않는다. 윗목 아랫목이 따로 없는 아파트의 방이지만 자꾸만 구석진 이불 밑으로 파고든다. 몇 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불 밑의 온기는 쉬 떨쳐 내기 어려운 유혹이다.

구들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다소곳이 식구들을 기다리던 밥 그릇 한두 개. 두 다리를 무릅까지만 이불 속에 넣은 채 읽었던 만화책. 입이 심심할 때 꺼내어 먹던 생고구마와 생무. 누군가 호떡 몇 개라도 가져오면 너무나 행복했던 밤. 기억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어릴 적 겨울밤의 풍경이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유리창에 얼음꽃이 피었다. 동화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기묘하고 아름다운 모양의 성에. 추위로 피어난 꽃이라 애정 어린 손길로 쓰다듬어 보지만 금방 물방울로 사라진다. 성에가 낄 정도였지만 부모, 형제의 온기에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 못했던 밤이었다.

언제부턴가 겨울이 싫어졌다. 더이상 눈의 아름다움도 낭만도 느껴지지 않는다. 옷을 겹겹이 입어야 하는 것도 귀찮다. 빙점이 더이상 내려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따스한 추억이 떠오를 정도의 겨울이면 족하다. 온기 가득했던 어릴 적 그 겨울의 밤처럼.

yidonggu@seoul.co.kr
2020-01-08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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