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국화와 외할머니/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국화와 외할머니/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2-10-29 00:00
수정 201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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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꿈에 외할머니가 보였다. 주름살이 깊게 파인 예전의 할머니가 아니다. 작은 눈가에 잔잔히 맺힌 미소는 분명 할머니이건만 주름이 거의 없는 모습이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왜 꿈에 나타난 걸까? 요즘 한창인 국화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할머니를 떠올렸던 기억이 났다.

가을이면 외갓집 화단에는 늘 국화로 가득찼다. 추워지면 화분으로 옮겨진 국화들은 외갓집 마루에서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겨울을 나곤 했다. 그래서 집안 가득 국화 향기가 진동했다. 나중에 끝내 꽃이 시들면 말려 베갯속으로 쓰셨다.

국화 앞에서 찍은 할머니의 사진 한 장은 지금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외삼촌이 잘 키운 노란 국화 앞에서 수줍게 서서 찍은 모습이다. 예전의 할머니들이 그렇듯 쪽 찐 머리에 수건을 두르시고, 스웨터에 치마를 입은 할머니. 시인 서정주는 ‘국화 옆에서’라는 시에서 거울 앞에 선 누님을 떠올렸지만 난 외할머니를 떠올린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꿈으로 보답받았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2-10-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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