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도시광부/이춘규 논설위원

[길섶에서] 도시광부/이춘규 논설위원

입력 2009-11-20 12:00
수정 2009-11-20 12:4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도시광부들이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다.” 생소한 ‘도시광부’를 주제로 주고받는 옆사람들의 대화에 관심이 쏠렸다. 처음엔 휴대전화 단말기 등 쓰지 않게 된 가전제품에서 희귀금속을 추출해 내는 이른바 도시광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도시광부는 자식들의 취업난에 허리가 휘는 남성들의 푸념 섞인 신조어였다.

도시광부란 취업난을 돌파하려는 노력도 않는 30세 안팎 미취업 젊은이를 지칭한다고 60대 남성이 설명했다. 아버지에게 딱 붙어 ‘아버지 등골을 캐 먹고 살아’ 광부라고 부른다는 얘기였다. 그는 친구 자녀들 중에 도시광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해법도 내놨다. 자녀들에게 교육비 등을 주며 “이자는 필요 없지만 원금은 갚아야 한다.”고 각인시키라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용돈을 낭비하지 않고, 강한 취직 동기를 갖게 하기 위해서란다. 그는 취직한 큰딸이 원금을 갚고 있지는 않지만 도시광부는 아니라며 안도했다. 도시광부라는 삭막한 용어까지 탄생시킨 취직 빙하기는 언제 끝나려나.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09-11-20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