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추행 의혹 못 푸는 경찰, 권력비리수사 제대로 하겠나

[사설] 성추행 의혹 못 푸는 경찰, 권력비리수사 제대로 하겠나

입력 2020-12-30 17:34
수정 2020-12-31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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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이 그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 서울시 부시장 등 7명의 강제추행 방조는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반면 고소문건 유출, 악성댓글 등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는 성추행과 방조라는 본질은 규명되지 않은 채 일부 2차 가해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본말이 전도된 수사 결과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경찰은 5개월간 46명의 수사인력을 동원했다지만, 과연 수사 의지가 있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 지적한 대로 “범죄 혐의와 별개로 피해자가 소명하고자 했던 사실관계조차” 밝히지 않았다. 경찰이 가해자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상황이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박 전 시장 측근들은 “4년에 걸친 성폭력 주장 또한 그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피해자가 쓴 손편지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는 무고 및 방조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지 피해자의 성폭력 주장이 거짓이라는 발표가 아니다. 오히려 검찰이 어제 밝힌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에 남긴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는 심경이 성추행의 정황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무혐의’ 수사 결과는 ‘이용구 법무차관 수사 논란’에 이어 경찰이 권력과 맞서 부패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던진다. 1차 수사종결권과 대공수사권을 행사하는 ‘공룡 경찰’을 견제하고 인권을 보호할 장치도 필요하지만, 권력 앞에서 추상같은 수사를 할 능력과 용기도 필요하다는 점을 경찰이 스스로 노출시켰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실체를 밝힐 주체로 이제 검찰과 국가인권위원회가 남았다. 인권위가 실체적인 진실은 물론 위계에 의한 성폭행을 막을 제도적 개선 방안 등을 조속히 발표하고, 검찰도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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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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