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0대에도 비례대표 꿰차는 노욕 정치인들

[사설] 70대에도 비례대표 꿰차는 노욕 정치인들

입력 2020-03-27 15:49
수정 2020-03-2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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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3세의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한때 비례대표 2번에 배치됐다가 번복하고, 77세의 서청원 의원은 당선권인 비례대표 2번 후보에 배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홀수 순번은 여성을 추천하게 돼 있어 2번은 남성 후보가 받을 수 있는 최상위 순번이자 당선권이다. 즉 총득표율 3%를 넘기면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의미다. 정치계의 원로격인 손 위원장과 서 의원이 지역구에서 당당하게 싸워 국회에 진출하기 보다는 손쉽게 금배지를 한 번 더 달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어서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 정치계에서는 후진에게 길을 터주고 정치 풍토를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곧잘 정치인 정년제의 필요성이 거론됐다. 정년을 명시할 수 없지만 “70세 정도로 해야 할 것 같다”는 얘기가 곧잘 회자되곤 했다. 헌법과 선거법 등에서는 참정권이 나이 등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당의 당헌·당규에도 정년을 명문화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은 젊은이의 패기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경험과 경륜이 더 필요하고, 신구의 조화가 중요하다.

손 위원장은 여러 차례 “미래·청년세대에게 기회를 주겠다. 백의종군을 하겠다”며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랬던 손 위원장이 후보자 공모가 지난 그제 공천 심사 도중 공천을 신청해 앞자리를 차지한 것은 어떤 변명을 해도 수긍하기 힘들다. ‘친박’(친 박근혜 계)의 맏형인 서 의원이 비례대표로 9선에 도전하는 모습도 당당하지 못하다. 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에 대한 책임이 막중한데도 이에 대한 반성도 없이 자기 밥그룻 챙기기에만 골몰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민생당은 어제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위원들을 대거 교체하고, 논란이 된 손 위원장의 비례대표 순번을 14번으로 정정해 발표했다. 현재 민생당 여론조사 지지율을 감안하면 당선이 힘든 순번이다. 서 의원도 비례대표제가 국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는 점을 감안해 결단해야 후배 정치인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다. 전문성이 있으나 아직 대중적이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비례대표 후보를 양보해 이들의 의회 진출을 열어주는 게 원로 정치인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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