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굶는 게 일상인 취약층 보고도 재난기본소득 반대하나

[사설] 굶는 게 일상인 취약층 보고도 재난기본소득 반대하나

입력 2020-03-17 17:34
수정 2020-03-18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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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텅 빈 국민 ‘보릿고개’ 내몰려…끼니 잇고 월세 내게 기본소득 줘야

코로나19는 온 국민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각급 학교 개학은 또다시 4월 6일로 미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돼 코로나19 확산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내수 부진으로 인한 ‘빈자(貧者)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주머니가 텅텅 비어 지금 끼니조차 이어 갈 수 없는 극심한 ‘코로나 보릿고개’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 수 있었던 때가 그나마 행복했다니 더 무슨 할 말이 필요한가.

서울 영등포 한 평(3.3㎡) 쪽방에 사는 한 일용직은 요즘 끼니를 거르는 게 일상이란다. 공사 현장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무료급식소에서 그나마 한 끼를 의지했지만 코로나19 탓에 그마저도 중단됐다. 주거급여를 지원받을 수 없는 차상위계층이라 월세도 두 달째 못 냈다. 한 봉사단체에서 비정기적으로 빵과 우유를 나눠 주는데 그것도 언제 중단될지 걱정이 태산이다.

바이러스는 빈부를 가리지 않지만 위기는 빈자를 먼저 찾아간다. 특히 노인, 알바 청년, 취준생, 일용직 및 시간제 근로자 등 취약계층은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생계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하루 5시간씩 일하며 받는 월급 90만원이 생명줄인 사람은 당장 그게 끊기자 월세 20만원도 내지 못해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학교의 영양사 등 비정규직도 개학 연기로 수입 없는 나날을 힘겹게 버텨나가고 있다. 없는 사람들에게는 코로나19가 그야말로 재앙이다.

이런 사람들이 쌀 한 줌, 김치 한 포기라도 사서 끼니라도 이어 갈 수 있게,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지 않게 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재웅 쏘카 대표에 의해 제기됐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등 여권의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이 호응했다. 먼저 시작한 쪽은 기초지방자치단체로 전주시는 취약계층 5만명에게 52만 7000원씩, 화성시는 3만 3000여 소상공인에게 평균 200만원의 긴급생계비를 지급할 예정이다. 보수야권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마구잡이식 현금 살포’ 운운하고 정부 재정팀도 재정논리에 함몰돼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묻고 싶다. 끼니와 월세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에게 국가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대로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 비상한 시기에 과감하게 결단하고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는 국민이 극단의 위기에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재난기본소득도 해답 중 하나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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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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