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일방주의’ 비판한 中 외교 수장의 내로남불

[사설] ‘美 일방주의’ 비판한 中 외교 수장의 내로남불

입력 2019-12-05 17:44
수정 2019-12-06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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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어제 전·현직 국회의원과 고위 관료, 기업인, 언론인 등 ‘우호인사’ 100여명을 불러놓고 미국을 공개 비판했다. 왕 부장은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오찬 기조연설에서 “패권주의 행위는 인심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현재 세계의 안정과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은 일방주의”라며 미국을 정면 비판한 연장선상이다.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은 4년 1개월 만으로, 이웃나라의 외교 수장이 왜 이렇게 오랜만에 방한했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수년간 중국이 한국을 얼마나 괴롭혔는지는 세계가 목격했다.

그런 중국이 4년 만에 외교 수장을 보내 “한중은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며 파트너”라면서 “불확실성이 넘치는 국제 정세에 직면해 이웃 간에 교류와 협력, 상호 이해, 상호 지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니 쓴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발언이 진심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특히 “크다고 작은 것을 괴롭히고 강함을 내세워 약함을 핍박하는 것, 남에게 강요하는 것,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지적은 중국이 역지사지한다면, 미국을 겨냥해 발언할 때 민망했을 것이다.

게다가 왕 부장은 갑작스레 100인 오찬을 요청해 ‘줄세우기식 호출’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나라도 한국 주요인사 100명을 사나흘 만에 ‘긴급 소집’하는 행사를 하지는 않는다. 주한 중국대사관의 고압적이고 일방통행식 일처리가 아닐 수 없다.

한중 외교장관은 “양국 관계 정상화에 완전한 공감을 이뤘다”고 한다. ‘완전한 관계 정상화’는 한중관계가 사드 이전으로 원상회복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왕 부장은 이날도 사드를 놓고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라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사드 문제로 언제든 다시 괴롭히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왕 부장의 주장대로 “중국 부흥이 역사의 필연”이라면 상대국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포용심이 필요하고, 그래야만 미국을 향한 비판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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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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