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탁받고 뉴스 배치 조작한 ‘공룡 포털’ 네이버

[사설] 청탁받고 뉴스 배치 조작한 ‘공룡 포털’ 네이버

입력 2017-10-22 17:42
수정 2017-10-23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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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청탁을 받고 뉴스 배치를 조작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런 의심이 그동안 자주 제기됐지만, 국내 1위 포털의 양심과 자질을 믿으며 설마 했었다. 시시각각 스마트폰으로 포털의 실시간 뉴스를 검색하는 세상이다. ‘세상의 창’을 자임하면서 이런 요지경 속이라면 대체 무슨 뉴스를 어떻게 믿어야 할지 난감해진다.

네이버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아 연맹을 비판하는 기사를 잘 보이지 않게 의도적으로 재배치했다. 프로축구연맹의 자질을 따지는 비판 기사는 연맹 측의 청탁 이후 배치가 조정된 덕분에 댓글이 순식간에 끊겼다는 것이다. 여론의 시선을 네이버가 작위적으로 돌렸다는 의혹을 자체 감사로 확인하고는 한성숙 대표가 결국 사과문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네이버는 뉴스와 미디어 검색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여러 말이 필요 없는 포털 시장의 절대 강자다. 이번 조작 사건이 대표의 사과 몇 마디로 끝날 사안이 아닌 까닭이다.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을 이용해 여론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지적은 최근 꾸준히 이어졌다. 특정 댓글들이 증발하는 사례도 많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여론 조작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때로는 옹호하는 댓글도 무더기로 사라졌다는 의혹들이 이제는 더이상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네이버는 위기 상황을 아찔하게 절감해야 할 때다. 지난달에는 검색 순위 불법 조작이 검찰에 들통나기도 했다. 전직 프로게이머 등이 컴퓨터와 스마트폰 100여대를 설치해 특정 검색어를 반복 조회하게 해 결과를 조작했다. 네이버 측도 피해자라고 강변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 4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했다. 관리 책임에는 발을 빼면서 한쪽에서는 뉴스 배치마저 조작했으니 사회적 신뢰를 스스로 저버린 공룡 포털로 비판받는 것이다.

공정성과 신뢰 회복은 네이버의 자성이 전제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거대 포털이 균형 감각을 잃지 않도록 외부 감시와 감독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도 한시가 급해졌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시장 지배력이 과다해지자 정보기술(IT) 기업을 강제 분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독과점을 무기 삼은 포털의 횡포와 꼼수를 우리라고 계속 눈감아 줄 수는 없다.
2017-10-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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