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이란 핵 합의 깨고 北 설득할 수 있겠나

[사설] 트럼프, 이란 핵 합의 깨고 北 설득할 수 있겠나

입력 2017-10-11 22:50
수정 2017-10-1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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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합의 평가 기한인 15일 이전에 준수 불인증을 선언할 것이라고 한다. 이란의 핵 합의 이행에 불만을 가져서라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3개월마다 돌아오는 재인증 기한이었던 지난 4월과 7월에는 ‘현상 유지’ 결정을 내렸다. 미 의회는 이런 결정이 내려지면 60일 이내에 해제했던 대이란 제재의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중국, 러시아 등 6개국과 이란이 2015년 7월 합의한 핵 협정은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감시하고 제한하는 대신 이란에 가했던 각종 제재를 푸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폐기 움직임에 대해서는 미 조야는 물론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 당사자인 이란은 주미대사가 지난 8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핵 합의는 미·이란 양자 협상에 의한 것이 아닌 유엔 안보리 결의라면서 “미래의 다자협상에서 신뢰를 유지하려면 국제 합의를 거슬러서는 안 되며, 핵 합의 위반”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란 핵 합의에 참가한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도 성명을 통해 “이 협정으로 향후 10년 이상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제거됐으며, 영국은 이 협정이 지역 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합의 이행을 미국에 촉구했다.

이란 핵 합의 파기가 강 건너 불이 아닌 것은 북핵 해결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면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 뻔하다. 제네바합의, 9·19공동성명, 2·29합의 등 굵직한 합의를 했지만 쌍방의 불이행으로 휴지 조각을 만들어 온 북·미다. 그렇지 않아도 의심 가득한 북한이 합의를 깨고 대이란 제재를 재개하려는 미 행정부와 교섭에 나설지 의문이다. 이란 핵 협상의 주역이었던 웬디 셔먼 전 미 국무차관은 트럼프가 합의를 깨면 국제무대에서 아무도 미국을 신뢰하지 않게 되고 북핵을 대화로 해결할 가능성도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취지로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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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란이 핵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도 명확하지 않다. 전임자 버락 오바마의 정책이라면 모두 다 뒤집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치졸함 말고는 돌연한 핵 합의 파기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국제사회의 상식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은 세계 평화와 지역 안보에 역행한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 핵 확산을 부추기는 일이다. 부디 신중히 결정하기를 바란다.

2017-10-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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