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증거자료 임의제출로 수사신뢰 얻겠나

[사설] 靑, 증거자료 임의제출로 수사신뢰 얻겠나

입력 2016-10-30 22:48
업데이트 2016-10-3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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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결국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하고 말았다. 압수수색에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압수수색의 대상은 최순실 의혹과 관련한 핵심 인물인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이다. 검찰은 그저께 압수수색을 하려 했으나 청와대가 제출한 자료가 미진해 어제 다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청와대의 논리에 밀렸다. 국가 기밀 등을 이유로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하면 강제로 진입할 방법이 없다고 검찰은 설명한다. 청와대가 근거로 댄 조항은 ‘공무원이 소지·보관하는 물건에 관해 본인 또는 해당 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 공무소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 제111조(공무상비밀과 압수)다. 군사상 국가보안시설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전례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설득력이 적다. 최씨에게 넘어간 연설문의 내용 등이 국가 기밀이라면 그런 불법 행위는 되고 압수수색은 안 된다는 말인가. 말하자면 연설문 유출이 국가 기밀을 누설한 행위인 점을 인정한다면 보안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검찰이 요구한 압수수색 자료를 그대로 제출한다면 모르되 알맹이 없는 자료만 넘겨주고 정작 중요한 수사 단서가 담긴 자료는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증거 확보를 위한 이런 압수수색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셈이다. 이것만 봐도 이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와 시각이 아직 민심과 동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역 없는 수사를 인정하겠다면 법을 따져 거부할 게 아니라 검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국가 기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검찰 수사관의 확약을 어떤 식으로든 받은 뒤 수색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기밀을 지켜야 한다는 건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국민에게 비칠 것이다.

최씨 사건과 관련해 증거 자료가 가장 많이 있는 곳은 청와대일 것이다. 특히 안 수석과 정 비서관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두 사람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800억원대 기금 모금,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청와대 기밀 문건 전달 등의 의혹의 중심에 있다. 다시 말해 이 두 사람에 대한 압수수색에 실패한다면 전체 수사가 절반은 실패한 것이다. 무엇보다 더디고 소극적인 검찰의 수사는 더 큰 책임이 있고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2016-10-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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