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공천으로 20대 국회에 뭘 기대하겠는가

[사설] 이런 공천으로 20대 국회에 뭘 기대하겠는가

입력 2016-03-24 23:36
수정 2016-03-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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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무원칙한 공천이 극심한 후폭풍을 불렀다. 정체성 논란 끝에 새누리당을 떠난 유승민 의원과 주호영·류성걸 등 대구 지역구 의원, 친이계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 등이 어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무성 대표가 유·이 의원 지역구 등 5개 선거구 무공천을 고집하면서 여권은 종일 벌집 쑤신 분위기였다. ‘막장 공천’이란 면에서 도긴개긴이었던 야권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원조 친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게 “미쳐도 곱게 미쳐라”라는 말을 들으며 친노 운동권을 솎아 내는 시늉을 했던 김종인 대표가 친문 세력의 비례대표 독식을 묵인, 가까스로 봉합된 내홍은 문재인 전 대표가 복귀하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이런 공천 여진은 여야가 자초했지만, 20대 국회에서 국정 혼선으로 이어진다면 통탄할 노릇이다.

작금의 공천 여진으로 정당 민주주의가 한계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치열한 토론으로 의견의 간극을 좁히고, 그래도 이견이 남으면 다수결로 결정을 내리고 패자는 이에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의 요체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자가 줄을 잇는다는 건 여야의 공천 과정에서 이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특히 여당 지도부가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를 결정도 않고 탈당을 유도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그가 탈당하자 대구 동을 후보로 이재만 전 구청장을 단수 공천했고 김무성 대표는 이곳을 포함한 5개 선거구 후보에 대한 최고위 추인을 거부했다. 자당 대표에게 “김무성 죽여 버려”라고 막말했던 친박 윤상현 의원은 무소속으로 나오겠단다. 국민의 눈엔 국정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여당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도 여당 지도부는 이런 민심을 제대로 못 읽는 것 같다. 김 대표가 뒤늦게 공관위의 5개 선거구 공천에 직인을 찍지 않겠다고 버티며 어제 한때 당내 갈등은 비등점을 향해 치닫지 않았나. 이 공관위원장은 탈당한 유 의원을 향해 “당에 침 뱉으며 자기 정치 위해 떠났다”고 해 분열된 여권이 선거 후 한 배를 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4·13 총선 이후가 사뭇 걱정스럽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안보와 경제 양쪽으로 위기인 상황에서 출범할 20대 국회가 제대로 국정을 ‘선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무한 정쟁에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입법 기능이 마비된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으로 평가됐지만, 20대 국회는 한 술 더 뜰지도 모르겠다. 각 당의 공천에 불복한 인사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나올 선거 판도로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여야가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친여·친야 무소속 당선자들까지 뒤엉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이합집산과 권력투쟁을 벌이는 시나리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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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천은 여야 모두 참담하게 실패했다. 여론조사에 의한 상향식 공천이든, 새 인물 발탁을 위한 전략 공천이든 계파 패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는 점에서다. 여야 양쪽 열성 지지층조차 투표장에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의 막장극이었다. 이제 고장 난 정당 민주주의, 그리고 총선 이후의 의회 민주주의를 되살리려면 유권자들의 옥석을 가리는 밝은 눈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야 할 듯싶다.

2016-03-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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