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살 송씨 ‘치부책’, 성역없이 진위 가려야

[사설] 피살 송씨 ‘치부책’, 성역없이 진위 가려야

입력 2014-07-19 00:00
수정 2014-07-19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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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된 재력가 송모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연루된 송씨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씨가 작성한 또 다른 ‘치부책’을 발견하면서다. 앞서 수사 당국이 확보한 송씨의 금전출납 장부는 2006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새로 드러난 장부는 그 이전인 1991년부터 2006년 6월까지의 기록이라고 한다. 송씨는 현직 검사와 경찰, 시장, 구청장, 심지어 현역 국회의원에게까지 적지 않은 액수를 건넨 것으로 적었다. 대상자가 수십명에 이른다. 현역 국회의원 등은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구체적 액수와 정황을 기록한 것이어서 당사자의 부인만으로는 진위를 판단하기가 이르다.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검찰이 23년 남짓한 기간의 치부책을 손에 쥐긴 했지만 법정에서 혐의 내용을 입증하거나 기소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름이 적힌 인물들이 배달사고 등을 거론하며 로비 의혹을 부인한다면 수사가 벽에 부딪힐 수 있다.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입증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1억원 미만인 뇌물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라는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로비 의혹의 전모를 밝히는 데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전력을 다해야 마땅하다. 공여자의 진술이 없고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서 부정과 비리가 덮어진다면 음성적이고 고질적인 부패 문화를 청산하기란 기약없는 일이 될 수 있다.

수사 당국은 우선 장부에 적힌 현직 검사나 공무원 등에 관한 내용을 송씨의 아들이 일부 훼손한 경위를 파악해야 한다. 송씨의 아들은 장부에 나오는 몇몇 공무원을 아버지와 함께 만났다고 진술했다. 아버지로부터 돈을 받은 일부 관련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장부를 훼손했을 수 있다. 누구의 사주나 부탁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밝혀낸다면 로비 의혹을 푸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이 송씨의 유족에게 장부를 제출받고도 압수 절차 없이 되돌려주고 복사본을 검찰에 넘기지 않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인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제 식구 감싸기 차원이었다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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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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