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반고 슬럼화 현상’ 수수방관해선 안돼

[사설] ‘일반고 슬럼화 현상’ 수수방관해선 안돼

입력 2013-04-02 00:00
수정 2013-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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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설립을 허용하면서 일반계 고교가 부실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엊그제 사설입시기관이 서울 일반고 214개교의 2012학년도 수능성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0개교는 재학생 3분의1 이상이 언어·수리·외국어 등 3개 영역에서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평균 7~9등급을 받았다. 이 가운데 수험생 40% 이상이 수능 7~9등급인 학교는 34개교, 50%가 넘는 학교는 4개교였다. 일반고의 학력이 저하된 것은 자사고, 특목고 등으로 상위권 학생이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이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이러다 일반고가 슬럼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일반고의 부실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우선 저소득층 우수학생들이 대학 진학에 불리해진다는 점이다. 외고는 그렇다 치고 자사고만 해도 연간 교육비가 800만원대에 이르러 서민층 학부모들에겐 부담이 크다.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도입된 자사고는 서울시내에만 25개교에 이르러 전체의 10%를 넘는다. 서민층 상위권 학생들로선 그만큼 선택의 폭이 줄어들게 된다.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교육을 통해 상류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를 박탈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위권 학생이 일반고에 몰리면 학부모, 학생들의 외면을 받아 일반고가 황폐화되는 건 시간문제다. 이런 현상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일반고 교사들은 수업을 제대로 못하겠다고 볼멘소리고, 학생들도 우리 학교는 3류학교라고 자조한다. 이렇게 되면 교사들은 수업에 열의를 다하지 않고, 생활지도에도 소홀하게 돼 일반고의 슬럼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일반고와 비(非)일반고로 양분화되는 것은 평준화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태로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 우선 교육당국은 이번 결과에 대해 면밀히 분석한 뒤 자사고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수정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학생들 실력에 맞춘 수준별 수업이 짜임새 있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등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 인근 학교끼리 학력심화과정을 편성하는 등 공동수업을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는 하위권 학생들의 교양·취미 교육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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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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