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잘못된 기성회비 책임 떠넘겨선 안된다

[사설] 잘못된 기성회비 책임 떠넘겨선 안된다

입력 2012-01-30 00:00
수정 2012-01-3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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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의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며칠 전 서울대 등 8개 국·공립대생 4219명이 낸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에서 “각 대학 기성회는 학생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대학과 정부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유사한 취지의 줄소송이 예상되는 데다 기성회비 존폐론에 불을 지핀 꼴이다.

서울지법의 판결 취지대로라면 전국 52개 국·공립대를 최근 10년 내 졸업한 학생 195만명이 기성회비 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최대 13조원까지 물어내야 할 판이다. 물론 최악의 상황을 피할 여지는 남아 있다. 2·3심에서 대학들이 기성회비를 학생 교육비와 연구비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입증했을 때다. 하지만 국·공립대들이 기성회비로 교직원들에게 편법 보조급여를 지급해 온 게 공공연한 비밀이 아닌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라. 교수 연구비로 쓰는 것도 모자라 교직원 건강검진비나 장기근속자 순금메달 구입비로 배짱 좋게 전용한 사례까지 드러났다. 기성회비를 ‘눈먼 돈’처럼 마구 써대면서 대학 재정난을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해소한다는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까닭에 이번 사태는 원인 제공자인 국·공립대학 측과 교육당국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행여 국고를 풀어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적 자금을 쏟아부어 은행 부실을 해결하는 식이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득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공유화된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우선 국·공립대 교직원 보수규정부터 정비해 기성회비 전용과 관련한 뒷말이 더는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수업료와 입학금을 동결하는 척하며 기성회비를 올린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일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사립대처럼 기성회비를 폐지해 수업료와 일원화하는 등 대안도 찾아야 한다.



2012-01-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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