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신임 검찰총장이 그제 검찰개혁의 화두를 던졌다. 76일 동안의 검찰총수 공백을 거쳐 취임 일주일 만에 내놓은 개혁 구상이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 가지는 수사 패러다임의 변화, 피의사실 공표 등 브리핑 개선, 대검 중앙수사부의 예비군식 운영 등 검찰의 수사에 관한 사안이다. 또 한 가지는 검사의 학연·지연 고리 끊기, 능력 있는 검찰수사관의 검사특채 등 조직문화의 변화 모색이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김 총장의 발상과 진단이 참신하다. 취임사에서 강조했듯이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천성관 내정자의 낙마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겪은 검찰이 가야 할 길은 이미 제시됐다. 환골탈태는 김 총장이 추구해야 할 숙명의 과제이다.
수사의 패러다임 바꾸기는 대학진학 때 법대가 아닌 미대를 지망했던 김 총장다운 아이템이라고 본다. 검사가 신사답게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추고 명예와 배려를 소중히 생각하도록 하겠다는 게 김 총장이 제시하는 솔루션의 요체이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급 간부들을 소집해 수사 패러다임 전환과 관련된 ‘끝장 토론’을 가졌다. 검찰에 닥친 문제가 무엇인지, 무엇을 바꿔야 할지 답을 찾아 보자는 주문이다. 김 총장도 참여했다.
방향은 맞지만, 처방이 너무 나이브한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검찰 최대의 적은 표적수사, 정치수사이다. 나머지는 곁가지다. 검찰이 가장 듣기 싫어하고, 입에 담기 싫어하는 말이 표적수사, 정치수사이다. 이해는 하지만 피해갈 수는 없다. 극복하지 않으면 검찰의 바로 서기는 불가능하다. 어떤 개혁구상도 공허하다. 청사(靑史)에 남는 검찰총수가 되려면 온갖 외풍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을 지켜내야 한다. 그것은 검찰 스스로 처신을 똑바로 하고 깨끗이 할 때 가능하다. 김 총장의 개혁이 뿌리내려 검찰이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2009-08-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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