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로흐너, ‘장미 덩굴의 성모’, 1440~1442년 (51×40㎝,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 독일 쾰른)](https://img.seoul.co.kr/img/upload/2020/05/05/SSI_20200505180518_O2.jpg)
(51×40㎝,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 독일 쾰른)
![슈테판 로흐너, ‘장미 덩굴의 성모’, 1440~1442년 (51×40㎝,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 독일 쾰른)](https://img.seoul.co.kr//img/upload/2020/05/05/SSI_20200505180518.jpg)
슈테판 로흐너, ‘장미 덩굴의 성모’, 1440~1442년
(51×40㎝,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 독일 쾰른)
(51×40㎝,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 독일 쾰른)
![이미혜 미술평론가](https://img.seoul.co.kr/img/upload/2020/06/03/SSI_20200603091140_O2.jpg)
![이미혜 미술평론가](https://img.seoul.co.kr//img/upload/2020/06/03/SSI_20200603091140.jpg)
이미혜 미술평론가
파라다이스란 단어는 ‘벽으로 둘러쳐진 곳’을 뜻하는 페르시아어에서 왔다. 전쟁과 질병에 시달렸던 중세 시대에 세상과 격리된 정원은 낙원으로 여겨질 만했다. 중세 로망의 귀부인과 기사는 정원에서 사랑을 속삭인다. ‘신곡’에서 단테가 맨 마지막에 도달하는 천국의 이미지는 정원과 흡사하다. ‘데카메론’에서 흑사병을 피해 피난한 열 명의 선남선녀가 머무는 곳도 격리된 공간이다. 수목에 가려져 길에서 보이지 않고 풀밭 가운데 맑은 샘이 있는 정원이다. 지옥은 그 반대로 춥고, 냄새나고, 더럽고, 벌레가 들끓고, 어두운 곳이다.
닫힌 정원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몇 달 동안 ‘안전한’ 집에 머물고 ‘위험한’ 바깥세상에 나가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코로나19는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격리된 삶을 살라고 요구한다. 바깥세상은 왜 위험해졌나. 인간은 오랫동안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 자연을 약탈하고 길들이려 해 왔다. 신종 전염병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그 일부분일 따름이다. 격리된 아파트가 중세 정원처럼 축복받은 공간일 수는 없다. 문을 빠끔히 열고 밖을 내다본다. 우리가 손잡고 살아가야 할 세상을….
미술평론가
2020-05-06 3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