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석의 서울살이] ‘비운의 돈의문’을 어찌할꼬

[노주석의 서울살이] ‘비운의 돈의문’을 어찌할꼬

입력 2017-04-28 18:08
수정 2017-04-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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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대문이 4개의 큰 문(門)으로 이어진 성(城)과 한 몸이라는 사실을 가끔 잊곤 한다. 내 기억 속에 사대문은 늘 섬이었다. 큰길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누각이었다. 사대문을 서로 연결하는 18㎞의 한양도성이 수도(首都)를 둘러싼 성으론 세계에서 가장 길고 오래됐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성문과 성곽이 서로 단절된 탓이다. 일제강점기 서울 시가지는 의도적으로 왜곡되고 변형됐지만 1910년대만 해도 일제는 기관지 매일신보를 동원해 “경성의 성벽은 오늘날 유명 유적의 제일이로다. 위대한 고적이여”라고 칭송했다. 왠지 일본에게서 ‘도성 콤플렉스’가 느껴진다. 가장 탐나는 건축물이었다. 임진왜란 때 한양에 무혈입성한 선봉장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는 상상을 초월하는 도성의 위용에 기겁했다. 전차를 놓으면서 대포를 쏴서 숭례문을 파괴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자, 거류민단이 나서 “개선문에 손을 대면 안 된다”며 막았다. 일본이 지정한 국보 1호와 보물 1호가 도성의 남쪽과 동쪽 대문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사대문 중 백악산 속 숙정문을 예외로 한다면 전차길을 내는 과정에서 유독 돈의문만 멸실지화(滅失之禍)의 해코지를 당했다. 천연동에 처음 공사관을 차린 뒤문을 드나들던 기억을 지워 버리고 싶었을 수도 있다. 돈의문은 경매에 부쳐져 단돈 205원(약 521만원)에 팔렸다. ‘비운의 돈의문’은 사대문 중 유일하게 현존하지 않는다. 종로구 평동 강북삼성병원 앞 사거리 한쪽에 ‘돈의문 터’라는 초라한 안내 문자 하나가 전부다. 돈의문은 왜 복원하지 않는 것일까.

철거되기 전 홍예 구조의 출입문, 정면 3칸, 측면 2칸, 우진각 지붕의 단층 문루 형태가 뚜렷한 사진이 여러 점 남아 있고, 실물 현판도 발견됐다. 못 해서 안 하는 건 아니다. 2013년 완공을 목표로 한 복원계획이 2009년 발표됐을 때 돈의문을 원래 자리에 세우는 비용은 1300억원 정도였다. 대부분 지하차도 건설비였다. 문제는 공사 기간 동안 종로에서 마포와 신촌 간 교통을 해결할 방법이 마뜩잖은 것이었다. 기회를 놓쳤다.

또 한번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다. 서울시는 돈의문 터 코앞에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조성 중이다. 아파트 단지 건설을 허용하는 대신 대로변 요지를 기부채납받아 도시건축센터, 유스호스텔, 돈의문 전시관 등을 건립한다고 한다. 급하지 않은 엉뚱한 건물을 세우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숭례문은 전소된 후 새로 지었고, 광화문은 일제가 국립민속박물관 앞에 옮겨 놓은 것을 원위치시켰다. 덕수궁 대한문이나 혜화문, 광희문도 길을 내느라 옆으로 옮겼다. 제자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복원의 진정성을 거론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철석같이 믿었던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도 진정성이나 완전성 부족 때문이 아니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박물관을 만들어 사라진 문의 슬픈 역사를 전시하느니 실물을 복원하는 게 가성비가 높다. 세월이 흐르면 복원한 문은 역사가 되지만 전시관의 용도는 바람에 흩어진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내년쯤 이전할 예정인 경찰박물관에 상가 짓는 계획을 철회하고 그 자리에 돈의문을 다시 세우기 바란다.


윤수혁 서울시의원, ‘제2회 대한민국 전통예술 대제전’ 축사… “무대를 완성하는 건 결국 객석”

서울시의회 윤수혁 의원(국민의힘·중구 제2선거구)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개최된 ‘제2회 대한민국 전통예술 대제전’에 자리를 함께해 축사를 건네고, 무대를 일군 예술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날 축사에서는 오랜 배우 활동을 통해 느낀 무대와 관객의 관계를 소개하며 공연을 함께 완성하는 관객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가위에 만나는 전통예술의 멋과 흥’이라는 슬로건 아래 펼쳐진 이번 대제전은 (사)성창순판소리보존회가 주최·주관을 맡고 서울특별시가 후원에 나섰다. ‘2026 서울시 민간 국악행사 지원사업’ 일환으로 추진된 이번 행사는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 무대에서 전석 초대 방식으로 관객과 만났다. 축사에서는 “한가위의 넉넉한 여운 속에 우리 소리와 가락을 만나는 자리, 제2회 대한민국 전통예술 대제전의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행사 관계자와 예술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2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대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객석이라는 사실”이라며 관객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판소리에서 ‘얼씨구!’ 한마디가 소리꾼의 소리를 살리듯, 여러분의 박수가 예술인들께 가장 큰 힘이 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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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과 사대문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서울의 얼굴이요, 대표 경관이다. 한국인의 자긍심이다. 문루와 성곽을 잃은 텅 빈 돈의문 터를 보면서 이번이 마지막 복원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2017-04-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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