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거짓 정보와 병신년/최여경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거짓 정보와 병신년/최여경 사회2부 차장

최여경 기자
최여경 기자
입력 2016-01-18 22:34
수정 2016-01-1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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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오랜만에 대학 동창들을 만났다. 대화가 누리과정 예산으로 옮겨 갔다. 자녀 나이가 4~5살인 친구가 셋이나 있었다. “앞으로 교육청에서 돈을 안 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으로 시작해 “그래도 넌 두 달만 받으면 되지만 난 1년치인데”라고 걱정하다가 급기야 “대체 왜 이 모양이 된 거야?”라는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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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경 사회2부 차장
최여경 사회2부 차장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보육대란’의 원인부터 누리과정 예산 재원은 어디서 나오는 게 맞는지, 지방자치단체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실제로 진보 교육감이 몽니를 부리는 건지 등등.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대한 의문은 많지만, 답을 주는 곳은 거의 없다. 언론도 매체에 따라 해석이 달라 보수·진보 매체를 다 훑어야 한다. 일하는 엄마들에게 ‘뉴스 리터러시’(필요한 정보를 찾고 이해하는 뉴스 읽기)를 바라긴 어렵다. 시청이나 구청에서도 답을 얻지 못한다. “지자체는 누리과정 예산을 자체 편성할 근거가 없다”로 할 게 뻔하다.

실제로도 그렇다. 서울시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3807억원으로 잡아 놨지만, 이것은 세입세출 예산이다. 즉 돈이 들어와야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에 교부금으로 예산을 넘겨줘야 각 구청으로 준 뒤 구의 어린이집으로 분배된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전국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은 4조 239억원인데, 이 중 어린이집 관련 부분은 2조 1323억원이다. 2016년 정부가 편성한 누리과정 예산은 우회 지원분인 30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니 재정자립도가 50.6%에 불과한 지자체들이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예산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두 달치 누리과정 예산을 일단 편성하자는 것도 ‘보육대란’이라는 급한 불을 끄자는 것이지 1조원이 넘는 누리과정 예산을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대화 소재가 일본군 위안부의 ‘한·일 합의’로 넘어가자 짜증과 불만은 분노로 폭발했다.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어떻게 돈 몇 푼으로 맞바꾸느냐”고 분개했다. “정부가 무슨 권한으로 ‘소녀상의 적절한 해결’을 합의문에 넣을 수 있는가”라고도 물었다. “대통령 신년 회견에서 ‘어느 정부도 다루지 못하고 포기한 일을 해냈다’고 자화자찬해서 맥이 빠졌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위안부 문제가 처음 거론된 시점은 노태우 정부 때이고, 실질적 진전이 있던 ‘고노 담화’ 등이 나온 1993년 8월은 김영삼 정부 때이니 말이다.

‘소녀상 이전’ 문제도 민간단체가 만든 것을 정부가 옮기라 마라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종로구나 서울시도 조형물이 도시 미관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강제 철거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일 합의 이후 부천 등 지방정부는 소녀상 제작에 더 적극적이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단언하지는 않겠다. 확실한 건 거짓말을 하고 남 탓을 해대면서 정작 제공해야 할 정보는 감추기 급급한 정치권이 ‘수준 높은 정치를 한다’고는 평가하지 못 하겠다. 지난해 말부터 병신(丙申)년의 발음이 이상하니 ‘붉은 원숭이’라고 부르고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병신년의 진짜 의미는 ‘밝은 빛(丙)이 널리 퍼진다(申)’는 뜻이다. ‘병신’하는 정부가 되길 바라지만, 과연 될까 싶다. 시민이 병신년을 잘 지내고 보내는 방법은 올해 정치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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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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