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특별하기도 한 말 ‘여사’/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특별하기도 한 말 ‘여사’/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5-10 22:42
수정 2017-05-1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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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말들은 편하고 익숙하다. 특정한 분야의 말들은 그쪽 계통 사람들이 아니면 낯설고 불편하다. 공적인 공간에서 주로 쓰이는 말들은 아무리 낯익은 것이더라도 편하지 않을 때가 많다. 격식, 근엄 같은 무게가 더해진 탓이다. 이 말들은 대체로 딱딱하기도 해서 친근하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공적인 말들이 있는 공간은 자연스레 분위기도 굳어진다. 그 말이 가리키는 사람도 그렇게 되기 쉽다.

‘여사’(女史)는 편할 때도, 불편할 때도 있는 말이다. 사사로운 공간에서 쓰일 때는 편한 쪽에 속한다. ‘여사’라고 불러 놓고 반말을 하기도 한다. 허물없이 지내면서도 예의를 조금 차리는 것이다. 듣는 ‘여사’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공적인 공간에서 ‘여사’는 의미가 달라진다. 깍듯하게 높여진 ‘여사’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옛날의 의미를 회복한 것이기도 하다.

애초 ‘여사’는 고대 중국에서 후궁을 섬기던 여성을 가리켰다. 이들은 기록과 문서를 맡아보는 일도 한다. 권위와 권세가 있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고위 관료의 부인을 가리키는 말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지금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된다. ‘결혼한 여성을 높이는 말’, 혹은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성을 높이는 말’이다. 한때 언론 매체들은 조금 직위가 있는 여성들을 지칭할 때 이름 뒤에 거의 ‘여사’를 붙였었다. 지금은 ‘씨’를 붙이는 게 일반적이다.

다른 이들에게 ‘씨’를 붙이는 것과 맞춘 것이다. 편치 않게 여겨지는 분위기도 반영됐다. ‘여사’는 때로는 권위가 됐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7-05-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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