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미국 교육개혁의 시사점/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미국 교육개혁의 시사점/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09-07-04 00:00
수정 2009-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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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과 마크 샌포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요즘 미국 언론에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는 ‘주요 인물’이다. 급작스럽게 사망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상속 문제와 사인 등을 놓고 세인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르헨티나에 애인을 만나러 닷새씩이나 자리를 비웠던 샌포드 주지사는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자청해 자신의 혼외정사와 여러 여성들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고백하며 정치인 생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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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이처럼 선정적이지는 않지만 파괴력이 큰 또 다른 뉴스가 있다. 바로 교육개혁이다. 교육개혁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과 기후변화, 그린 성장과 함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핵심 현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세기 세계를 이끌 리더십을 재구축하기 위해서는 그린 성장과 함께 교육 경쟁력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오바마식 교육개혁의 핵심은 교사들의 경쟁력 확보다. 능력 있는 교사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고, 그렇지 못한 교사들은 퇴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에 경쟁과 성과시스템 도입을 강조하고 있지만 교사들의 반대로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일 320만명의 노조원을 거느린 미국 최대 교사노조인 전국교육연합회(NEA)를 찾은 아니 던컨 교육부장관의 행보가 관심을 모은다. 호랑이굴을 제 발로 찾아간 격이다. 환호와 야유가 뒤섞인 가운데 던컨 장관은 교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교사 평가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학생들 성적만으로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지만 그렇다고 이를 배제한 채 평가를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교육개혁과 성과급제 도입, 교사평가 등을 위해 확보해놓은 1000억달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개혁의 기저에는 교사들이 변하지 않고는 교육개혁은 한낱 구호에 그친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교사의 자질과 열정에 따라 얼마든지 학생들의 학업성취와 학교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경험론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신념은 던컨 장관과 한국계인 미셸 리 워싱턴 DC 교육감, 조엘 클라인 뉴욕시 교육감 등 미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교육 개혁론자들이 공유하고 확산추세에 있다.

미셸 리 교육감은 대학을 졸업하고 볼티모어 도심의 저소득층이 많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한 2년간의 교사생활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교사의 역량에 따라 아이들이 변한다는 믿음을 갖게 됐고 자신의 신념을 현재는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던컨 교육장관이 교육감을 지낸 시카고에서는 600여개 학교들 중 40개교에서 이번 가을 새학년부터 교사들에 대한 평가제도를 실시한다. 뉴욕시 교육당국은 교사노조와의 합의 아래 4~8학년 학생들의 시험 성적에 따라 교사들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오리건주에서도 교사평가제도 전면 실시에 앞서 교사들과 평가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신시내티는 1997년부터 교육위원회와 교사노조 합의 아래 교사평가제도를 성공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신시내티는 교사가 동료교사들을 평가하며, 평가자로 선정된 교사는 평가 업무만 맡는다. 2~3년 단위로 순환하며 교사들에 대한 연수와 피드백이 이어진다. 싱크탱크들에서도 교사들에 대한 평가 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며 우리 정부가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궁극적으로 주별로, 교육청별로 어떤 교사평가시스템을 구축할지 두고봐야겠지만 “교사는 개혁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파트너로서 더 이상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던컨 장관의 지적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kmkim@seoul.co.kr
2009-07-0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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