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미국 대선과 경제위기,그리고 인종/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미국 대선과 경제위기,그리고 인종/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08-10-11 00:00
수정 2008-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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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25일 남았다. 금융위기가 악화일로를 치달으면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우세가 굳어지는 추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압승을 점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게임이 끝났다고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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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지난 주말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인종 카드’가 어떻게 작용할지, 어떤 방향으로 튈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수세에 몰린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측은 지난 2일 내부 전략회의에서 선거전략을 수정했다. 포문은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가 지난 주말 유세에서 오바마가 테러리스트와 친하게 지낸다며 본격적으로 인신공격에 나서며 열었다. 오바마를 ‘우리’와 다른 ‘저들’로 분리하면서, 인종과 애국심 카드로 보수층과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지난 7일 2차 대통령 후보간 TV토론에서 오바마에 대한 인신공격을 자제했던 매케인도 1960∼70년대 과격 테러리스트로 활동했던 빌 에이어스를 거론하며 인신공격에 가세했다.9일부터 오바마와 에이어스의 관계를 지적하는 TV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하면서 오바마를 대통령이 되기에는 ‘위험한’ 인물로 그리고 있다. 지난 21개월 동안의 민주당 경선과 대선 유세를 거쳐 검증된 오바마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이슈보다 오바마의 급진 성향을 부각시키고 있다.

보수성향의 폭스뉴스도 이같은 분위기를 거들고 있다. 오바마와 에이어스의 관계를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했고, 보수 성향의 칼럼리스트들은 비슷한 취지의 글들을 기고하며 중도 성향의 유권자 규합에 나섰다. 오바마에 대한 인신공격은 엄청난 청취자를 보유한 보수 성향의 라디오토크쇼들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격해진 공화당 지지자들의 반응도 눈여겨볼 대목이다.CNN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공화당 유세장에는 ‘오바마, 오사마(빈 라덴)’라는 문구와 악마 마스크를 쓴 오바마가 그려진 T셔츠가 등장했고,“테러리스트”라는 고함과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한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에이어스보다 백인에 대한 반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논란이 된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수시로 변하면서 CNN 등 일부 미국 언론들과 여론조사 기관들은 선거와 인종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나섰다.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막상 투표소에 들어가 누굴 찍을지는 투표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는 뻔한 분석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은 인종 변수가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더욱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증시 대폭락 등 경제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얼마만큼 위력을 발휘할지다.

선거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선거일까지 5%포인트 이상의 리드를 유지한다면 인종 카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젊은 유권자와 신규 등록 유권자의 규모가 흑인은 절대 뽑지 않을 백인 유권자 비율을 상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젊은층뿐 아니라 50대 이상에서도 지지율이 앞선 데 의미를 부여한다. 이들이 바로 인종 카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주계층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흑백갈등은 종종 한국의 지역감정에 비유되곤 한다. 말처럼 극복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고, 선거 때마다 주요 변수로 작용해 왔다.

미국인들이 300년 이상 묵은 흑백갈등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11월4일이면 결정된다. 경제위기가 흑백갈등의 골을 덮고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균미 워싱턴 특파원 kmkim@seoul.co.kr
2008-10-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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