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민 정책이 갈수록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 정점이 최근 핫 이슈로 떠오른 ‘가족 결합 이민신청자’에 대한 DNA테스트다.
가족이 결합하기 위해 비자를 신청할 경우 관련자들의 DNA를 테스트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이민법 개정안은 여당인 대중운동연합 의원들이 발의했다. 발의 직후 야당인 사회당은 물론 여권 인사들까지 나서서 반대했다. 그 소용돌이 속에 법안은 지난달 22일 하원을 통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 통과될까?”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소수자 인권을 중시해온 프랑스의 전통적 가치관에 비춰볼 때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26일 상원에서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라파랭 전 총리 등 여당 소속 상원의원들도 반대했다. 그러나 브리스 오르트푀 이민부 장관은 입장을 고수했다.4번째 수정안을 만드는 진통을 겪은 뒤 개정안은 2일 상원에서 재의결에 들어갔다. 찬반 격론 끝에 4일 상원 법률위원회에서 통과됐다.
통과된 수정안은 물론 애초 법안보다 많이 완화된 것이다. 예컨대 DNA테스트의 경우도 모자관계를 입증하는 경우에만 시행하기로 했고 검사 비용도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법안이 통과되자 사회당은 “헌법위원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국가윤리자문위원회도 “법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을 표시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개정된 이민 법안의 골자는 가족 결합을 위한 비자 신청시 당사자들의 DNA검사를 통해 가족 관계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돈 되는 이민자’ 즉 경제 이민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극단의 실용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개정 법안이 주로 후진국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서 한국인의 장기 비자 신청은 대상이 아니다.
개정된 이민 법안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내무장관 시절부터 강조해온 ‘불법 이민 근절’의 연장선에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불법이민 단속이 부쩍 늘어났다. 한달 전에는 중국 불법이민 여성이 경찰 단속을 피해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한 불미스러운 사건도 발생했다.
국가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이민 신청자에 대한 DNA테스트는 독일·이탈리아 등 인근 유럽 11개국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그러나 이런 ‘이성의 잣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게 있다. 그를 찾기 위해 최근 1년 동안 맛보았던 을씨년스러운 풍경으로 에둘러 가본다.
6년 만에 다시 본 파리. 공간은 낯익은데 내면 풍경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하철이나 거리의 악사에게 동전을 주는 파리지앵(파리시민)들이 부쩍 줄어든 것이다. 또 영어 학원 간판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주관적 잣대를 빌리자면 시민들의 정신적 여유가 없어지고 돈 되는 것을 추구하는 쪽으로 쏠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해서 콧대 높기로 유명한 ‘불어 사랑’ 대신에 영어 학원 광고를 더 자주 목도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깍쟁이 문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최근 프랑스 대학 입시에서 문학 등 인문과학 지망생이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사회가 실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사르코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당연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높은 지지율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실용으로만 치닫는 사회가 놓치는 게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나누는 카페의 환담,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여유….
이번에 개정된 새 이민 법안은 프랑스 혹은 파리 시민들에게 자리잡아가는 ‘깍쟁이 문화’가 제도로 뿌리를 내리는 것이 아닐까? 곰곰 생각할수록 씁쓸해진다.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가족이 결합하기 위해 비자를 신청할 경우 관련자들의 DNA를 테스트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이민법 개정안은 여당인 대중운동연합 의원들이 발의했다. 발의 직후 야당인 사회당은 물론 여권 인사들까지 나서서 반대했다. 그 소용돌이 속에 법안은 지난달 22일 하원을 통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 통과될까?”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소수자 인권을 중시해온 프랑스의 전통적 가치관에 비춰볼 때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26일 상원에서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라파랭 전 총리 등 여당 소속 상원의원들도 반대했다. 그러나 브리스 오르트푀 이민부 장관은 입장을 고수했다.4번째 수정안을 만드는 진통을 겪은 뒤 개정안은 2일 상원에서 재의결에 들어갔다. 찬반 격론 끝에 4일 상원 법률위원회에서 통과됐다.
통과된 수정안은 물론 애초 법안보다 많이 완화된 것이다. 예컨대 DNA테스트의 경우도 모자관계를 입증하는 경우에만 시행하기로 했고 검사 비용도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법안이 통과되자 사회당은 “헌법위원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국가윤리자문위원회도 “법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을 표시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개정된 이민 법안의 골자는 가족 결합을 위한 비자 신청시 당사자들의 DNA검사를 통해 가족 관계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돈 되는 이민자’ 즉 경제 이민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극단의 실용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개정 법안이 주로 후진국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서 한국인의 장기 비자 신청은 대상이 아니다.
개정된 이민 법안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내무장관 시절부터 강조해온 ‘불법 이민 근절’의 연장선에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불법이민 단속이 부쩍 늘어났다. 한달 전에는 중국 불법이민 여성이 경찰 단속을 피해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한 불미스러운 사건도 발생했다.
국가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이민 신청자에 대한 DNA테스트는 독일·이탈리아 등 인근 유럽 11개국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그러나 이런 ‘이성의 잣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게 있다. 그를 찾기 위해 최근 1년 동안 맛보았던 을씨년스러운 풍경으로 에둘러 가본다.
6년 만에 다시 본 파리. 공간은 낯익은데 내면 풍경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하철이나 거리의 악사에게 동전을 주는 파리지앵(파리시민)들이 부쩍 줄어든 것이다. 또 영어 학원 간판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주관적 잣대를 빌리자면 시민들의 정신적 여유가 없어지고 돈 되는 것을 추구하는 쪽으로 쏠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해서 콧대 높기로 유명한 ‘불어 사랑’ 대신에 영어 학원 광고를 더 자주 목도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깍쟁이 문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최근 프랑스 대학 입시에서 문학 등 인문과학 지망생이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사회가 실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사르코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당연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높은 지지율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실용으로만 치닫는 사회가 놓치는 게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나누는 카페의 환담,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여유….
이번에 개정된 새 이민 법안은 프랑스 혹은 파리 시민들에게 자리잡아가는 ‘깍쟁이 문화’가 제도로 뿌리를 내리는 것이 아닐까? 곰곰 생각할수록 씁쓸해진다.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2007-10-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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