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은 인도가 독립한 지 60년이 되는 날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유럽에서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를 조명하는 열기가 뜨겁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뒤 파리에 들른 한 정치학 교수는 “오다가 몇 나라를 거쳤는데 유럽에서 왜 간디 열풍이 뜨거운지 궁금하다.”고 말할 정도다.
프랑스 주요 언론들도 최근 잇따라 특집기사로 간디의 사상과 삶을 조명했다. 주간 렉스프레스는 ‘간디, 근대’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에서 간디의 무저항 철학이 단순히 인도라는 지정학적 공간에 머문 게 아니라 1960년대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비롯해 가까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비폭력 사상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력 주간지 누벨옵세르바퇴르도 특집 기사에서 “간디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영웅 가운데 한 명”이라며 그가 영국에 살면서 ‘비폭력’과 ‘무저항’이라는 ‘투쟁’ 방법을 창안한 과정을 분석했다.
1869년 인도 오만해 해안도시 구자라 인근 마을에서 태어난 간디는 영국으로 유학가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귀국해 인도 독립에 헌신했다. 비폭력·무저항으로 상징되는 ‘시민불복종 운동’ 등으로 구금과 석방을 거듭하다가 1947년 인도의 독립을 맞이했으나 힌두교와 이슬람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다가 이듬해 힌두교 광신자의 흉탄에 맞아 서거했다.
곧 간디 전기를 출간할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간디의 근대성은 무저항을 강조한 데 있다.”며 “인류 역사를 이끈 동인은 돈이나 돈의 착취가 아니라 굴욕감을 극복하려는 무저항의 방식에서 나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간디는 우리로 하여금 빈 라덴이나 다른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간디의 비폭력 사상은 가장 근대적이고 전위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탈리는 간디에게서 환경 사상과 반세계화운동의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 불고 있는 간디 열풍은 ‘지금, 여기의 지구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아직도 세계에는 종교·종족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악의 분쟁지역으로 꼽히는 다르푸르 사태를 보자.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아프리카 수단 서부의 다르푸르 지역에 2만6000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는 내용의 결의안(1769호)을 승인함에 따라 해결의 실마리는 찾았지만 수단 정부의 미온적 반응으로 아직 매듭을 짓지 못했다.4년 동안 이슬람 민병조직 등에 의한 기독교계 양민학살 등으로 20만명이 죽고 25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하는 비극이 진행형이다.
매일 수십명이 테러로 죽어가고 있는 이라크는 어떤가. 미국 주도로 사담 후세인을 몰아낸 뒤에 찾아온 것은 평화가 아니라 종파 간 분쟁으로 인한 사실상의 내전 상태에 빠져 있다.
가까이는 지난달 납치돼 석방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한국 인질 사태도 결국 탈레반과 미국이 옹립한 집권 세력과의 테러-반(反)테러의 악순환이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간디의 손자인 라즈모한 간디의 말은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일리노이대 교수인 그는 “할아버지의 사상은 평화·관용·진리의 메시지로서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말했다.
아탈리의 해석을 빌리면 ‘무저항’과 ‘비폭력’으로 대변되는 간디의 철학은 상대방, 구체적으로 영국이라는 제국주의에서 받은 굴욕감에서 시작한다. 간디는 굴욕감을 폭력적으로 제거하는 게 아니라 굴욕감의 근본적 원인을 찾는 데서 해법을 찾았다. 그 방식은 차이를 찾되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만 생명력이 길다. 지구촌 분쟁의 당사자들에게 간디의 지혜를 배우자고 말하는 것은 여전히 이상일까?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뒤 파리에 들른 한 정치학 교수는 “오다가 몇 나라를 거쳤는데 유럽에서 왜 간디 열풍이 뜨거운지 궁금하다.”고 말할 정도다.
프랑스 주요 언론들도 최근 잇따라 특집기사로 간디의 사상과 삶을 조명했다. 주간 렉스프레스는 ‘간디, 근대’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에서 간디의 무저항 철학이 단순히 인도라는 지정학적 공간에 머문 게 아니라 1960년대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비롯해 가까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비폭력 사상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력 주간지 누벨옵세르바퇴르도 특집 기사에서 “간디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영웅 가운데 한 명”이라며 그가 영국에 살면서 ‘비폭력’과 ‘무저항’이라는 ‘투쟁’ 방법을 창안한 과정을 분석했다.
1869년 인도 오만해 해안도시 구자라 인근 마을에서 태어난 간디는 영국으로 유학가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귀국해 인도 독립에 헌신했다. 비폭력·무저항으로 상징되는 ‘시민불복종 운동’ 등으로 구금과 석방을 거듭하다가 1947년 인도의 독립을 맞이했으나 힌두교와 이슬람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다가 이듬해 힌두교 광신자의 흉탄에 맞아 서거했다.
곧 간디 전기를 출간할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간디의 근대성은 무저항을 강조한 데 있다.”며 “인류 역사를 이끈 동인은 돈이나 돈의 착취가 아니라 굴욕감을 극복하려는 무저항의 방식에서 나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간디는 우리로 하여금 빈 라덴이나 다른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간디의 비폭력 사상은 가장 근대적이고 전위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탈리는 간디에게서 환경 사상과 반세계화운동의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 불고 있는 간디 열풍은 ‘지금, 여기의 지구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아직도 세계에는 종교·종족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악의 분쟁지역으로 꼽히는 다르푸르 사태를 보자.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아프리카 수단 서부의 다르푸르 지역에 2만6000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는 내용의 결의안(1769호)을 승인함에 따라 해결의 실마리는 찾았지만 수단 정부의 미온적 반응으로 아직 매듭을 짓지 못했다.4년 동안 이슬람 민병조직 등에 의한 기독교계 양민학살 등으로 20만명이 죽고 25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하는 비극이 진행형이다.
매일 수십명이 테러로 죽어가고 있는 이라크는 어떤가. 미국 주도로 사담 후세인을 몰아낸 뒤에 찾아온 것은 평화가 아니라 종파 간 분쟁으로 인한 사실상의 내전 상태에 빠져 있다.
가까이는 지난달 납치돼 석방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한국 인질 사태도 결국 탈레반과 미국이 옹립한 집권 세력과의 테러-반(反)테러의 악순환이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간디의 손자인 라즈모한 간디의 말은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일리노이대 교수인 그는 “할아버지의 사상은 평화·관용·진리의 메시지로서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말했다.
아탈리의 해석을 빌리면 ‘무저항’과 ‘비폭력’으로 대변되는 간디의 철학은 상대방, 구체적으로 영국이라는 제국주의에서 받은 굴욕감에서 시작한다. 간디는 굴욕감을 폭력적으로 제거하는 게 아니라 굴욕감의 근본적 원인을 찾는 데서 해법을 찾았다. 그 방식은 차이를 찾되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만 생명력이 길다. 지구촌 분쟁의 당사자들에게 간디의 지혜를 배우자고 말하는 것은 여전히 이상일까?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2007-08-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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