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on] 정해진 미래의 데자뷔

[서울 on] 정해진 미래의 데자뷔

서유미 기자
서유미 기자
입력 2025-07-20 23:46
수정 2025-07-2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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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 도쿄 출장길에 서비스지원형 고령자주택 ‘코코판 가치도키’를 방문했다. 도심과 가까운 주오구 53층 초고층 맨션에 34채의 노인 주택과 돌봄 센터가 있다. 평균 연령 80대의 어르신들은 요양보호사와 함께 치매 예방 체조를 하고 있었다.

마침 서울시청 앞에서 한 아파트 재개발 조합의 데이케어센터 기부채납 반대 집회가 열렸던 것이 떠올라 코코판 관계자에게 물었다. “시설 설립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이나 입주자들의 반대는 없었느냐.” 그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는 표정도 지었다.

시설에서 7년째 살고 있는 92세 할머니를 만나니 궁금증은 해결됐다. 꽃과 그림이 놓인 작지만 정돈된 방. 24시간 상주하는 간호 스태프뿐만은 아니었다. 그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도심에서 일하는 딸과 자주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전문 인력과 안전하게 생활하는 동시에 가족과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반면 서울의 데이케어센터 기부채납 반대 여론은 고령자가 낮 동안 돌봄을 받는 시설이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를 든다. 집 주변 어르신 시설에 대한 정반대의 인식이다. 한국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어르신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됐다. 일본은 20년 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가 바꾼 사회, 한국과 일본의 인식 차가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코코판을 운영하는 갓켄 기업은 전국에 200여개 단지를 운영 중이다. 1946년 창립 이후 어린이 학습지 출판사로 성장했다. 2004년 고령화에 발맞춰 코코판을 열었다. 이후 의료 복지 사업의 매출 규모는 기존 교육 분야와 비등할 정도로 성장했다. “새로운 소비층으로 자리잡은 75세 이상 초고령자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 모델”이라는 갓켄 관계자의 설명에 ‘정해진 미래’를 보는 듯했다.

이후 서울시와 관련된 취재 현장에서 종종 정해진 미래를 대면했다. 올해 초 규제철폐 토론회에 참가한 한 65세 어르신은,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공공일자리에서 일하고 싶다고 열변을 토했다. 결국 제안은 받아들여져 매력일자리의 연령제한이 폐지됐다.

준비가 덜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 때도 있었다. 내년 3월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한 자치구가 복지시설 등 관계기관들과 진행한 회의에서였다. 통합돌봄지원법은 노인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의료, 돌봄 자원을 통합 연계한다.

대전환을 앞둔 현장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단순히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대상자 정보 공유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그치지 않았다. ‘과연 집마다 방문해 어르신을 진료할 의료진이 충분한가’를 묻는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정해진 미래는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본격적인 통합돌봄을 안착시키는 것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와 정부가 제대로 꿰어야 할 첫 번째 단추다.

서유미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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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 사회2부 기자
서유미 사회2부 기자
2025-07-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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