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표결처리 vs 날치기/박대출 논설위원

[씨줄날줄] 표결처리 vs 날치기/박대출 논설위원

입력 2011-11-21 00:00
수정 201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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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국회는 나름대로 민주의회였다. 날치기 처리가 한 건도 없었다. 첫 날치기는 2대 국회 때다. 1952년 1차 개헌을 하면서다. 자유당은 발췌 개헌안을 날치기했다. 날치기는 쭉 이어졌다. 9대, 10대에서는 건너뛰었다. 문민정권 이후에도 계속됐다. 사실상 여당의 전유물이었다. 야당이 한 건 13대에 이르러서다. 1988년 8월 야3당이 처음으로 해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등 16명에 대한 출국금지안을 뚝딱 처리했다. 여소야대 국회였기에 가능했다.

그 행위는 진행형이다. 김영삼 정권 때는 노동법을 ‘그렇게’ 처리했다. 김대중 정권 때는 신한일어업협정을 역시 ‘그렇게’ 처리했다. 노무현 정권 때는 사학법을 ‘그렇게’, 이명박 정권 때는 미디어법을 또 ‘그렇게’ 통과시켰다. 야당은 날치기라고 비판한다. 날치기는 ‘당하는 이’만의 표현이다. ‘행하는 이’는 부정한다. 합법적인 표결처리라고 주장한다. 중간자에겐 어정쩡한 상황이 왔다.

언론도 애매해졌다. 단독처리, 강행처리로 겨우 절충했다. 당하는 이를 편드는 언론들만 날치기와 혼용해 왔다. 한동안 먹혀들었다. 이제 그마저 도전받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놓고 재연됐다. 한나라당에서 문제삼는다. 강행처리도 부적절하다고 한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국회법에 따른 표결처리’를 주장한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여전히 ‘날치기’라고 맞선다.

논쟁은 이중잣대에서 비롯된다. 여당 때와 야당 때가 다르다. 절묘하게 꼬집은 명언이 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정치권에서는 유행어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쓰인다. 자신에겐 정당함을 포장한다. 상대에겐 부당함을 덧칠한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주인공이다. 명대변인 시절 내놓은 조어(造語)다. 비준안 직권상정이 임박했다. 자신이 불륜과 로맨스의 경계에 섰다.

의회주의가 바로 서야 한다. 합의가 안 되면 표결처리하면 된다. 이 진리는 늘 맴돌았다.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다. 만장일치 합의 처리가 아니면 표결처리로 쓰는 게 맞다. 찬반 토론 후 찬반 표결처리, 야당 불참 속 단독 표결처리, 물리적 저지 속 단독 표결처리, 유혈 사태 속 단독 표결처리 등…. 상황 설명만 곁들이면 된다. 일부 정당이 동조할때는 그에 맞춰 쓰면 된다. 여야가 비준안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각자 하고픈 일을 하면 된다. 표결처리가 로맨스냐, 불륜이냐. 이게 본질이다. 평가는 정치권의 몫이 아니다. 국민이 심판한다. 내년 총선, 대선은 그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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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2011-11-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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