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맛을 지배하는 자 세상을 지배한다/장홍 프랑스 알자스 주정부개발청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맛을 지배하는 자 세상을 지배한다/장홍 프랑스 알자스 주정부개발청자문위원

입력 2011-03-14 00:00
업데이트 2011-03-1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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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毛澤東)은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난세에는 적절한 분석일지 모르나, 평화의 시대에 권력은 맛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살아있는 한 먹고 마시는 것으로부터, 즉 맛으로부터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어나서부터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속적으로 이런저런 맛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진다. 어머니의 손맛에서부터 다국적 거대 식료품기업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제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때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다양하고 새로운 맛에 길들여지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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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오늘날 다섯 살짜리 꼬마는 자신의 증조부가 평생 섭취했던 당분보다 더 많은 당분을 이미 소비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맛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이면에는 식료품산업 분야의 거대 다국적기업의 이윤과 그 이윤을 바탕으로 한 부와 권력의 논리가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미각을 길들여 노예로 만들려 한다. 이는 맥도날드나 코카콜라를 예로 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맛이란 비단 음식이나 음료에 한정되는 것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미감을 표현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좀 더 넓은 의미로 적용하면 정치적 성향이나 예술적 취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떤 정당의 정치적 성향이나, 어떤 작가의 작품에 드러난 취향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니 자신이 지닌 맛 혹은 성향을 드러내는 행위는 곧 자신의 자유와 권력을 표현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맛을 소유한 자에게 자연스레 권력이 다가오는 것이다.

일찍이 칸트는 “맛에 대한 분별력은 인간의 독립성과 도덕적 자유의 상징”이라고 설파했다. 어떤 의미에서 맛의 표현은 가장 원초적이고 심오한 개인적 선택이자 자유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를 포기할 수 없듯이 어쩌면 그보다 더 고유한 맛에 대한 선택과 표현의 자유를 쉽게 포기해서도, 남에게 일임해서도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여류시인 시모니드 드 세오스(Simonide de Ceos)는 부자로 태어나는 것이 나은지 천재로 태어나는 것이 나은지를 묻는 한 여왕에게 대답한다. “부자죠. 왜냐하면 부잣집 근처엔 언제나 천재들이 모이니까요.” 그렇다. 천재들이 그랬듯이 맛도 언제나 권력의 시종이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즐기면 시간과 더불어 일반 대중들도 따라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극적인 아이러니는 매번 진정한 맛이 표출될 때마다, 다시 말해 개인의 자유가 온전히 드러날 때마다 권력은 전복의 위기를 맞는다는 사실이다.

1848년 프랑스에 혁명의 기운이 감돌 때 개혁파들은 지방을 돌면서 방켓(banquets·연회)을 열었고, 이를 근간으로 개혁파들은 ‘7월 왕정’을 뒤엎고 혁명을 성공으로 이끄는 발판으로 삼았다. 그 이후로 “공화국은 식탁 위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는 격언이 회자되고 있다. 지금까지도 선거나 기관의 행사에는 소위 ‘공화국 방켓’이 베풀어지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데, 맛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와인과 외교’의 저자인 일본의 언론인 니시카와 메구미는 같은 책에서 ‘향연은 외교의 중요한 도구 중 하나’ 혹은 ‘형태를 바꾼 정치’라 전제하며, “향연에는 다양한 정치적 시그널과 메시지가 가끔은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포함된다.”라고 주장하는데, 공감이 가는 말이다.

최근 들어 한식의 세계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맛의 중요성에 대한 정치권의 뒤늦은 눈뜸이라 할까.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기간 동안 외국의 귀빈 등에게 한식을 알리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자동차 등의 산업도 중요하지만, 음식은 언어 다음으로 문화가 총체적으로 어우러지고 집약된 한 나라의 상징이란 점에서 볼 때, 한식의 세계화는 체계적으로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일본의 스시, 이탈리아의 스파게티나 피자에 버금가는 한식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2011-03-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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