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도봉서원/노주석 논설위원

[씨줄날줄] 도봉서원/노주석 논설위원

입력 2009-10-31 12:00
수정 2009-10-3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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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유억불을 내세운 조선은 고려의 사원(寺院)을 대신할 서원(書院)을 장려했다. 본래 유교의 선현에게 제사 지내는 사(詞)와 자제를 교육하는 재(齋)를 합한 사설기관이었다. 1542년 풍기군수 주세붕(1495~1554)이 경상도 순흥에 고려학자 안향(1243~1306)을 모시는 사당을 짓고 ‘백운동서원’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공식적인 첫 서원이다.

1550년 풍기군수로 부임한 이퇴계의 건의로 명종이 친필로 쓴 ‘소수서원’이라는 액자를 내렸다. 사액(賜額)서원의 시초다. 향촌의 문중 결집, 나아가 정치적 붕당으로 역기능이 생겼다. 명종 이전에 29곳에 불과하던 것이 선조대 124곳, 정조대에는 650곳에 이르렀다.

역사학자 이이화가 쓴 ‘왕의 나라 신하의 나라’(김영사 간)에는 서원의 세도가 실감 나게 그려져 있다. ‘제사를 지낼 때는 서원의 상징이 찍힌 묵패를 관아나 부호에게 돌렸다. 경비명세가 적혀 있었고, 경비를 내지 않으면 수령은 언제 모가지가 날아갈지 몰랐다. 부호는 부모 제사에 소홀하다, 자식교육을 제대로 못 시켰다, 관가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원 뜰에 무릎을 꿇렸다. 매를 때리거나 관아에 가두게 했다. 서원의 통보가 없으면 풀려날 수 없었다.’ 서원은 두고두고 왕권의 두통거리가 됐다. 영조·정조가 정비에 애썼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871년 흥선대원군이 서원철폐령을 내려 1000여곳을 헐어 버리고 47곳만 남기면서 권세는 막을 내렸다.

서울시가 도봉구 도봉서원 터를 시 문화재로 지정예고했다. 도봉서원은 조선조를 대표하는 성리학자인 정암 조광조(1482~1519)와 우암 송시열(1607~1689)을 모신 서원이다. 도읍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대표적 사액서원으로 영조가 현판을 썼고, 정조가 찾아와 제문을 내렸다. 비록 서원철폐령의 된서리를 맞아 훼철됐지만 서원이 자리잡은 터와 도봉계곡은 시인 재사들이 ‘경치가 아름답기로 경기 안에서 으뜸’이라고 치켜세운 곳이다. 겸재 정선(1676~1759)의 ‘도봉서원도’와 우암이 쓴 ‘도봉동문(道峯洞門)’ 등 14개의 각석(刻石)이 운치를 더한다. 도봉서원 문화재 지정 소식이 짙어 가는 가을 향취를 전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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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09-10-3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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