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 국제부장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미묘한 시점에 남북정상회담이 물밑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확대해석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뉴욕 미국외교협회 연설에 이어 이번 일을 처리하는 청와대 등 한국 정부의 대응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한 달새 불거진 2건의 ‘사건’은 공교롭게도 미국의 대외 및 안보정책 핵심부서인 국무부와 국방부의 한국 등 동아시아지역 정책을 총괄하거나, 관계 있는 고위 당국자들과 관련이 있다.
이들의 발언에 대해 미 정부 안팎에서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해도 사건 직후 한국 정부의 대응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고위 당국자의 비공개 브리핑이라는 형식을 빌려 2건의 책임이 미국 측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명 과정에서 ‘비외교적’ 언사도 걸러지지 않고 쏟아졌다. 비공개 배경 설명 브리핑이라고는 하나 발언내용이 상대국과 당사자 귀에 들어가는 건 시간 문제다.
누구나 자신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지적당하면 기분 상하기 마련이다. 당장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겠지만 9년만에 들어선 미국 민주당 정부와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한 상황에서 일련의 껄끄러운 사건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할 말은 하고 매달리지 않겠다는 당당하고 적극적인 외교와 전략적인 외교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상대의 실수나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간 관계에서, 더욱이 동맹관계에서는 이를 지적하는 방법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친한(親韓) 인맥은 하루아침에 구축되는 게 아니다.
김균미 워싱턴특파원 kmkim@seoul.co.kr
2009-10-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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