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관령 국제음악제/함혜리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관령 국제음악제/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09-08-11 00:00
수정 2009-08-1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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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주의 로키산맥 한가운데 해발 2400m에 자리잡은 인구 6000명의 작은 도시 아스펜. 폐광촌에 불과했던 이 도시가 세계적인 음악도시로 탈바꿈한 것은 1949년 7월 창설된 아스펜음악제 덕분이다. 로버트 허친스 당시 시카고대 총장과 시카고 출신의 기업가 월터 페프케는 괴테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이곳에서 음악회와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후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이 가르치는 여름 음악학교가 개설되면서 아스펜 음악제 및 음악학교는 정상급 연주인이 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훈련장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차지하게 됐다. 매년 7∼8월 9주동안 열리는 음악제 기간에만 10만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아스펜음악제에 연주가 겸 교수로 참석했던 강효(줄리아드 음대 및 예일대)교수는 한국에도 이 같은 음악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장소를 물색하던 중 대관령의 풍광을 보고 단번에 매료됐다. 아름다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강원도 평창의 청정한 자연 속에서 세계적인 음악제를 꾸밀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그를 흥분시켰다.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열악한 지방재정에도 불구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올해로 6회를 맞은 대관령 국제음악제의 탄생배경이다.

대관령 국제음악제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명성이 자자하다. 음악감독인 강 교수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프로그램 구성, 초청연주자 및 교수진과 학생들의 높은 수준, 강원도민들의 애정, 그리고 음악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결과다.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14일까지 강원도 평창의 용평을 비롯한 도내 시·군 일원에서 대관령음악제가 열리고 있다. ‘대관령의 얼굴’이라 불리는 첼로의 거장 알도 파리소를 비롯해 세계적인 연주가들이 다수 참여했고 12개국 176명의 음악학도들이 예술적 성장의 기회를 만끽하고 있다. 첫해인 2004년 1만여명이던 관객은 올해 4만 5000명 정도에 이를 전망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음을 활짝 열고 연주하고, 배우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대관령 국제음악제만이 지닌 매력이요, 참다운 가치다. 대관령음악제가 아스펜을 능가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9-08-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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