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한 다발 사러 문을 나서다,
기막혀라,
하늘 찬 빛.
나더러 누굴 또 사랑하라고
가을은 내 허리 밑손끝에 와서 찰랑거리다
말없는 해 그림자
나를 따라 자지러지고.
멀리서라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사철 삼나무들의 작은 몸 떨림.
이미 끝을 알고 있는 아주
오랜 연인들의 마지막처럼
겁도 없이
하늘은 내 마음을
모두 다 내놓으라 한다.
2009-05-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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