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계의 눈금이 조금씩 올라갔지만 게으른 탓에 그냥 겨울 양복을 입고 참아 왔다. 남녘의 날씨가 30도를 오르내리면서야 비로소 옷을 갈아입기로 했다. 아침 출근에 앞서 옷장을 뒤졌다. 작년 초가을 두어 차례 입고서는 그냥 옷장에 넣어 두었던 양복을 꺼내 들었다.
주머니에 뭔가 들어 있었다. 메모지 몇 장이었다. 어떤 사람과의 대화 내용이었다. 직업이 기자라 각계 인사들과 대화를 나눌 때 흥미 있는 내용은 시시때때로 적는 습관이 있다. 촛불 이후 MB정부의 방향 등을 주제로 술자리에서 얘기를 주고받다가 재미있다는 생각에 적었던 것 같다. “가만 있자. 누구하고 한 무슨 얘기였더라.”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뭔가 감동이 있었기에 메모를 남겼겠지만, 상대방과 감동 받은 이유며 맥락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불과 몇 달 전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 스스로의 모자람을 오로지 ‘하늘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이치대로 흘러간다(天行健 自彊不息)’는 말로 억지 부릴 뿐이다.
박재범 논설실장 jaebum@seoul.co.kr
주머니에 뭔가 들어 있었다. 메모지 몇 장이었다. 어떤 사람과의 대화 내용이었다. 직업이 기자라 각계 인사들과 대화를 나눌 때 흥미 있는 내용은 시시때때로 적는 습관이 있다. 촛불 이후 MB정부의 방향 등을 주제로 술자리에서 얘기를 주고받다가 재미있다는 생각에 적었던 것 같다. “가만 있자. 누구하고 한 무슨 얘기였더라.”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뭔가 감동이 있었기에 메모를 남겼겠지만, 상대방과 감동 받은 이유며 맥락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불과 몇 달 전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 스스로의 모자람을 오로지 ‘하늘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이치대로 흘러간다(天行健 自彊不息)’는 말로 억지 부릴 뿐이다.
박재범 논설실장 jaebum@seoul.co.kr
2009-05-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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