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은 수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소한 국토, 유한한 자원, 높은 인구밀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시야를 바다 밖으로 돌렸다. 2008년 기준의 세계 10대 조선업 순위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1위부터 7위까지 휩쓸었고 우리 손으로 만든 수출품을 선적한 수만t급의 화물선은 오대양을 누볐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를 호령하던 우리의 조선업과 해운업에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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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혁 한국자산관리공사 투자사업본부장·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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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혁 한국자산관리공사 투자사업본부장·행정학 박사
해운업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84년 제2차 석유파동 이후 세계 해운경기의 불황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부에 의해 합리화조치 대상으로 선정돼 조세 감면, 금융지원조건 개선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 합병에 의한 해운사의 구조조정은 부실규모 증가 및 해운업체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에는 막대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해운업체가 부도를 면하기 위해 선박 125척을 외국자본에 헐값에 매각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는 해운경기 회복 후 선박의 고가 재매입으로 외화 유출 및 해운업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 해운업은 발틱운임지수(BDI·Baltic Dry Index) 급등으로 중소형사 중심의 외형성장을 지속해 왔다. 2004년 말 해운사가 73개사·보유 선박 471척에서 2008년 말 177개사·819척으로 성장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해상운임이 단기간에 급락함에 따라 운항중단, 지급불이행이 증가하는 등 업계전반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일부 해운사 부실이 복잡한 용대선계약으로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조선 및 금융 부문으로 전이돼 조선사 및 금융회사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실정이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난 2월 ‘기업구조조정 추진방향과 전략’을 수립한 데 이어 3월에는 ‘해운업 구조조정 추진방향’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구체적인 추진방향은 첫째, ‘부실징후 해운사에 대한 상시 구조조정’ 추진이다. 주채권은행 주도의 상시 신용위험평가를 추진하고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채권은행이 매년 6월까지 신용위험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둘째, ‘산업정책적 측면을 고려한 정책적·제도적 지원’으로 용대선 계약 및 선박거래의 투명성·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공사에 조성되는 구조조정기금 중 최대 4조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하여 경영난에 처한 해운사의 선박을 인수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IMF 외환위기 때처럼 선박이 헐값에 외국자본에 팔려나가거나 경기 회복시 비싸게 되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선박이 우리나라처럼 수출주도 국가에 있어 경제의 동맥이라면 부동산은 기업활동의 기초이자 모든 국민의 삶의 터전이다. 외환위기시 론스타, 골드만삭스 등 국제적 투기자본은 헐값에 우리의 부동산을 인수해 막대한 매각차익을 거두었고, 우리 기업은 다시 비싸게 되사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더이상 그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선박이나 부동산은 기업활동의 근간이자 국부(國富)의 원천이고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국가자산이다. 어려운 시기에 국가적 과업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우리의 땀과 기술로 만든 선박이 다시 오대양을 누비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노주혁 한국자산관리공사 투자사업본부장·행정학 박사
2009-04-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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