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차관정치/이목희 논설위원

[씨줄날줄] 차관정치/이목희 논설위원

입력 2009-01-21 00:00
수정 2009-01-2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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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는 공무원의 충성심이 한 방향으로 발휘되었다. 집권 기간이 길었던 탓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되고, 여야 정권교체까지 되니 문제가 생겼다. 과거 정권에 충성했던 공직자는 새 정권이 들어서면 개조대상이다. 빨리 순응하지 않으면 ‘개혁저항세력’으로 찍힌다.

노무현 정권은 제도적으로 공직사회를 흔들었다. 우선 생각해낸 것은 장관 정책보좌관제.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단체 인사를 정책보좌관으로 임명해 공무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고 했다. 하지만 관료사회의 벽은 높았다. 중원을 정복한 만주족이 한족에 흡수되듯 여전히 정책은 전문관료들이 주도했다. 정책보좌관은 실력자들의 인사민원 자리가 되고 말았다.

이어 등장했던 아이디어는 복수차관제. 내각제 국가처럼 전문관료 출신의 행정차관과 함께 정무차관을 두자는 것이다. 집권여당에서 국회의원이나 낙선자를 정무차관으로 파견하면 당정협의가 원활해진다는 논지였다.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을 내각에 빨리 전파할 수 있다는 이점도 들었다. 이 역시 변질되고 말았다. 복수차관제라는 이름으로 일부 힘센 부처에서 전문관료들이 담당 영역을 나눠 맡는 쪽으로 결론났다.

현 정부·여당도 정무차관제 신설을 검토했다. 공식적으로 운을 떼기도 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가 만만치 않자 인사를 통해 내각 실무를 장악하는 방안이 거론되었다. 대통령 측근이나 청와대비서관을 실무포스트로 내려보내 공직사회를 뜻대로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그제 차관인사는 그런 구상의 실천이었다. 총리실 등 주요 차관급 자리에 대통령 측근이 배치되었다. 야당은 ‘차관정치’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경륜가·전문가 장관-실무관료 차관으로 안 다스려지던 공직사회가 실세차관 임명으로 한꺼번에 바뀔까. 제도·인사를 넘어 마음을 잡는 게 중요하다. ‘왕차관’이란 빈정거림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세로 지목된 관계자들은 자중자애하길 바란다. 설득력을 발휘못하고 권력을 휘두르기만 해선 안 된다. 현 정부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대로 잡고, 그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이데올로그가 지금 필요하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9-01-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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