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2009년을 향한 덕담/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지방시대] 2009년을 향한 덕담/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입력 2008-12-02 00:00
수정 2008-12-0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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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면서…덕담 한마디씩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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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쥐해 무자년이 저물어 가고 소해 기축년이 바로 눈앞에 다가온 세밑.앞당겨 가진 한 작은 송년회에서 사회자가 요청한 말이다.덕담이라? 나쁜 얘기는 말고 좋은 얘기만 해주라?

 그런데 식탁 주위에 앉은 회원들은 ‘덕담’이라는 말에 선뜻 응할 태세가 아닌 것 같다.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반영하듯 모두들 신통치 않은 얼굴들이다.회사원,중소기업사장,고교교사,대학교수,사회단체대표,예술인,농업인,언론인,G문화재단 연구원 등 서로가 하는 분야와 직종이 다른 무자년 송년회 모임.한때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큰 고통’조차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들 중에는 어느덧 백발이 다 된 사람도 있다.

 먼저,정년퇴임을 하고 명예교수로 있는 C대학 L씨가 사회자 요청에 응한다.

 “덕담도 장유유서로 해야 하는 모양인데…허허,그럼 나부터 해야겠군요.모두들 나를 쳐다보고 있으니.하지만 가는 해를 되돌아보고 오는 해를 바라보게 된 지금,나 또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다들 느끼고 있듯이 희망보다는 우려를 하고 있으니…”

 L교수는 덕담은 뒤로하고 쓴소리부터 털어놓는다.좋은 정치랄까 바람직한 정치는 ‘물 흐르듯이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노자의 도덕경에서 인용해 오지 않더라도 정치는 물 흐르듯이,그리고 최고의 예술행위처럼 해야 하는데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을 가한다.경제 또한 국가구성체의 소수인 피라미드 상위 부분에다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꼬집는다.

L교수는 교육문제에 있어서도 ‘국가철학의 부재’를 들어서 말한다.영어몰입식 교육정책은 사교육비의 과다출혈을 부채질함은 물론 장기적 안목과 대안을 요하는 교육목표(혹은 아이덴티티)까지 흔들고 있다고 손을 젓는다.특히 말썽이 되고 있는 국사교과서 수정엔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현단계가 통일과정시대(Unification Process Age)라는 점을 인식,냉전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 보다 ‘통큰 정치철학’이 요구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개탄한다.

 서독이 독일통일을 염두에 두고 동독지역에 150억달러를 사회간접자본(SOC) 종잣돈으로 투자한 결과,통독 이후에 그만한 플러스 요인을 거둬들였다는 사실도 강조한다.여기에 L교수는 자신이 단순히 낭만주의적 통일론자가 아니라면서 ‘통일’은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현 지도자가 보다 원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솔직히 말해,경제적으로 형인 남쪽 정부가 아우인 북쪽을 달래면서,그러나 서로가 다른 정치문화의 ‘오소리티’를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권한다.내일의 코리아를 위하여 오지랖을 넓혀야 한다고!

 덕담 순서는 자연히 올해 회갑을 맞이한 내게로도 왔다.그래 나는 ‘시인’답게 “밝아오는 2009년은 우리 모두가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단기성 콜금리를 막는 것도 우선 급한 일이겠으나 우리에게 부여된 장기금리(민주주의 발전,통일작업 등) 또한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될 커다란 숙제입니다.오두방정을 떨지 말고 소처럼 묵묵히 가는 정치를…!” 이렇게 말끝을 맺자마자 옆에 앉은 50대 중반의 Q형이 얼른 말을 받는다.

 “김 시인 말씀에 한마디 붙입니다.내년이 소띠 해라 했지요.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말처럼 소처럼 걷되 호랑이처럼 큰눈으로 사위를 살피면서 걸어야겠습니다.그러지 않을 경우,우리는 야생마의 뒷등에 실린 듯 천방지축 달려갈지 모릅니다.”

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2008-12-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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