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법비/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 법비/함혜리 논설위원

함혜리 기자
입력 2008-11-05 00:00
수정 2008-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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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저녁을 먹던 중 한명이 강원도 양양 동해사에 감로법비가 내린다는 얘기를 했다. 매년 10월 중순쯤 비가 내리기 시작해 밤낮없이 내리다가 11월 어느날 그친다는 것이다. 마른 하늘에 유독 그 나무 아래에만 비가 내린다는 것이 신기했다. 심지어 그 비를 맞으면 소원성취를 한다니 꼭 가서 그 비를 맞아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해서 친구 4명이 ‘신비의 법비’를 맞으러 떠났다.

새벽 5시반에 만나 양평을 거쳐 단풍이 한창인 한계령을 넘었다. 전날 비바람이 몰아치던 것에 비하면 날씨는 너무나 화창했다. 드디어 양양군 손양면 학포리 동해사에 도착했다. 대웅전 옆에 큰 자작나무가 있고 그 아래에 불전이 설치돼 있었다. 우리는 그 아래에 옹기종기 섰다.“어, 맞았다.”“응, 나도 맞았어.”정말 신기하게도 아주 작은 물방울이 하나둘씩 흩날리며 얼굴 위로 떨어졌다.

물방울의 정체를 밝히려는 시도가 많았다지만 궁금하지 않았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법비는 법비다. 복잡하게 생각할 게 뭐 있나. 그냥 그대로 믿어버리면 그만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8-11-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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