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중하는 전직 대통령이 아름답다

[사설] 자중하는 전직 대통령이 아름답다

입력 2008-06-10 00:00
수정 2008-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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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석달여 만에 말문을 열었다. 엊그제 경남 양산에서 열린 노사모 총회에서다.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45분간 축사를 통해 현안을 두루 짚었다. 촛불시위대의 청와대 진출시도 및 정권퇴진 요구, 미국과 조·중·동을 의미하는 ‘질 나쁜’ 신문의 태도 등을 고르게 거론했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입을 꼭 닫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촛불시위가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월말까지 시위가 예고된 현시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장면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식구끼리의 얘기’에 쓸데없이 간섭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바로 후임 대통령의 국정현안에 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사리에 어긋난다.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의 5년에 대해 심판하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5년간 국가운영을 위임했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서로 연결돼 있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노 전 대통령이 현안에 간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어색하다. 무엇보다 ‘여러분이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지만 진짜 위험한 존재는 18대 국회’라고 한 대목은 지나치다.

노 전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5년간 국정을 열심히 이끌어나가야 할 분’이라면 ‘당분간 지켜보자.’고 말씀했어야 한다. 가뜩이나 시빗거리가 많은 시대에 전직 대통령까지 한팔 거들면 국민의 피로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퇴직후 10여년이 훨씬 지나서야 말문을 열었다. 말씀을 무겁게 하는 전직 대통령이 아름답다.

2008-06-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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